법원 "대통령 집무실, 시위 금지구역 아냐"…경찰 패소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민주노총 건설노조 회원들이 11일 서울 삼각지역 인근 도로에서 윤석열 정권 규탄 및 건설노조 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이들 옆 트럭에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을 한 대형 인형이 놓여 있다. 2023.01.11.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집무실에 대해 현행법상 집회·시위가 금지된 '대통령 관저'라고 주장한 경찰이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참여연대가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통고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12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집회시위법 11조 3호에는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 100m 이내 공간이 집회·시위 금지구역으로 규정돼 있다. 이날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에 대해 "집회시위법 11조 3호가 정한 대통령 관저에 포함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임 대통령들은 주거공간인 '관저'와 업무공간인 '집무실'이 같은 울타리 안에 건설된 청와대에서 생활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과 함께 집무실을 옛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해 관저와 분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경찰과 시민단체들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집회·시위 금지구역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소송전을 벌였다.

참여연대는 한미정상회담 당일인 지난해 5월21일에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뒤 경찰로부터 금지통고를 받자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일부 장소에서 집회를 허용하고 이날 같은 취지로 판결을 내놨다.

이번 소송과 별개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집회시위법 11조 3호 중 대통령 관저 주변에서의 시위를 금지한 조문 자체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이 법률 조문은 2024년 5월31일까지 국회가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한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은 참여연대가 낸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소송을 저지하기 위해 대형 로펌을 선임하고 변호사 선임료로 1500만원을 집행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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