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인천 버스…전국 최하 수준에 시민들 ‘답답’
(시사저널=박준형 인천본부 기자)
인천의 시내버스 서비스 수준이 다른 시, 도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내에서도 지역 간 편차가 큰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인천연구원이 발표한 '인천시 버스교통체계의 서비스 취약지역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천 시내버스 평균 배차간격은 평일 기준 19.9분으로 조사됐다. 이는 서울 12.0분, 부산 12.5분에 비해 긴 것이다.
토요일과 일요일 평균 배차간격도 각각 23.2분과 24.2분으로, 서울(14.9분·15.1분)과 부산(14.6분·14.8분)보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특히, 배차간격의 표준편차는 11.7분으로 전국(9.4분), 경기(9.0분), 서울(7.3분), 부산(7.2분)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컸다. 이는 인천의 버스 배차간격이 노선별로 차이가 큰 것으로, 인천에서 지역 간 격차 및 서비스 취약지역 발생과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인천연구원은 설명했다.
대표적인 대중교통 서비스 품질 중 하나인 배차간격의 정시성도 수도권 및 특별·광역시 중에서 인천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연구원은 노선별 배차간격의 표준편차를 평균 배차간격으로 나눠 노선별 정시성을 수치화했다. 이후 노선별 정시성의 평균값을 매겨 전체 버스의 배차간격 정시성을 뽑았다. 값이 클수록 배차간격 정시성이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
인천 버스 배차간격의 정시성은 평일 기준 0.64였다. 이어 경기(0.42), 서울(0.33), 대구(0.32), 부산(0.31), 울산(0.29), 광주(0.24), 대전(0.23) 등 순이었다. 인천은 전국 평균인 0.40보다도 서비스 수준이 떨어졌다.
토요일과 일요일 배차간격 정시성도 0.65와 0.63으로, 수도권 및 특별·광역시 중 최하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인 0.38과 0.36보다도 떨어졌으며, 2위인 경기(0.41·0.41)와도 차이가 컸다.
인천 버스는 우회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연구원은 버스 노선의 기종점 간 실제 운행거리 대비 직선거리 또는 최단 경로거리 비율로 노선 굴곡도를 분석했다. 노선 굴곡도는 1에 가까울수록 굴곡도가 작고 우회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인천의 직선거리 노선 굴곡도와 최단 경로거리 노선 굴곡도는 각각 0.58과 0.76으로, 모두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직선거리 기준으로는 세종(0.46), 전남(0.53), 부산(0.57), 대전(0.57)에 이은 다섯 번째였다. 최단 경로거리 기준으로도 세종(0.64), 전남(0.70), 울산(0.74), 전북(0.75)에 이어 다섯 번째였다.
승용차 최단경로 통행시간 대비 버스 통행시간 배율인 시간 굴곡도는 인천이 2.67로, 서울(2.69)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시간 굴곡도는 수치가 높을수록 승용차 대비 버스 서비스의 경쟁력이 낮음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세종(1.82), 충남(1.85), 경북(2.07) 등은 시간 굴곡도 수치가 낮았다.
인천 버스의 전반적인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대중교통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인천의 대중교통 이용자 만족도는 7점 만점에 4.69점으로, 전국 꼴찌였다. 반면, 대전은 5.05점으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서울(4.91점), 부산(4.90점), 광주(4.88점), 대구(4.83점), 세종(4.83점), 경기(4.71점), 울산(4.70점) 등 순으로 집계됐다.
인천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버스 서비스 불만족 이유 중에는 '배차간격이 길다'는 응답이 64.2%로 가장 많았다. '돌아가는 노선'에 대한 불만도 10.8%를 차지했다.
인천연구원은 인천 버스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는 이유로 지리적 특성을 들었다. 인천에 도서, 산간 등 비도시지역이 많아 서비스 취약지역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인고속도로, 경인철도, 아라뱃길, 제2경인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등이 지역을 가로지르고 단절하는 것도 인천 버스 서비스 수준을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인천연구원 관계자는 "지리적 특성이 가장 크다. 높은 비도시지역 비율은 버스 서비스 공급의 어려움과 지역 간 격차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서비스 취약지역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결국 서비스망이 좋아야 배차간격과 정시성 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 내 지역별 편차 커…계양·남동은 서비스 취약, 신도시는 노선 부족
인천의 버스 서비스 수준은 지역별 차이도 컸다. 인천연구원은 서비스 취약지역 진단을 위해 수요지표 10개와 공급지표 8개를 선정했다. 수요지표는 유동인구와 인구밀도, 고령인구밀도, 대중교통의존밀도 등, 공급지표는 정류장 수와 평균 도보시간, 환승대기시간, 배차간격 등이다. 이어 수요와 공급지표를 조합해 총 45개 평가기준을 만들었다.
연구 결과, 계양구와 남동구가 40개 항목에서 서비스 취약 비중이 높았다. 이어 서구(32개), 부평구(28개), 영종도(26개) 등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대중교통으로서 대량수송의 역할을 하는 측면에서는 계양구가 17개 항목에서 서비스 취약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동구(16개), 서구(13개), 부평구(11개), 영종도(10개), 옹진군(10개) 등이 뒤를 이었다.
시민의 이동권과 이동편의를 보장하는 공공교통의 역할 측면에서는 남동구가 24개 항목에서 취약 비중이 높았다. 이어 계양구(23개), 서구(19개), 부평구(17개), 영종도(16개) 등 순이었다.
버스 서비스 취약지역에는 검단, 청라, 송도, 계양동과 같은 인천 외곽에 위치한 신도시가 다수 포함됐다. 신도시 및 공공택지 조성 등으로 인구가 늘어났지만, 버스 노선의 공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동구 장수서창동, 계양구 효성동, 부평구 청천동 등 고속도로 주변에 위치한 지역도 서비스 취약지역으로 꼽혔다. 고속도로로 인한 지역 단절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인천연구원의 판단이다.
인천연구원은 2016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버스노선 개편을 대대적으로 실시했으나, 서비스 취약지역 해소가 뚜렷하게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천 버스 노선 수는 2018년 196개에서 2022년 14개로, 5년간 7% 증가했다. 반면, 버스 운행 대수는 2018년 2357대에서 2022년 2204대로, 6%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천의 대중교통 취약 및 사각지역은 약 40%에 달했다. 2020년 기준 전체 258곳 중 취약지역과 사각지역은 각각 19곳(7.4%)과 79곳(30.6%)으로 집계됐다.
인천연구원은 "버스가 대량수송 및 공공교통 역할 관점에서 포용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서비스 수준이 전반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돼야 하지만, 인천의 버스 서비스 수준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서비스 취약지역 관리 및 포용성 강화가 더 강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에서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현재 노선 운영권에 대해 사실상 독점운영권을 부여해 생기는 서비스 수준 및 효율성 저하 요인을 제거하고, 경합시장 특성에 의한 잠재적인 경쟁을 유도해 서비스 수준 및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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