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육아도 생각 바꾸면 핀테크죠"
스타트업 '딥핑소스'는 백화점, 마트, 은행,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폐쇄회로(CC)TV에 찍힌 방대한 영상 데이터(시간별 출입 인원 수 등)를 개인정보 침해 걱정 없이 분석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CCTV 영상이 딥핑소스의 기술을 거치면 육안으로는 사람을 식별할 수 없는 노이즈 화면으로 바뀐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은 화면 속 객체를 인식하고 이를 텍스트 정보로 제공한다. 언뜻 보면 딥핑소스 기술은 보안 분야나 유통 분야에서 주로 활용될 것 처럼 보이지만 이 회사는 최근 '핀테크' 기업으로 각광받으며 보험, 증권, 은행 등 여러 금융사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일례로 보험사의 경우 차량 사고 이후 블랙박스 데이터 사후 분석을 희망하지만 사고 영상에 포함된 주변 인물, 차량 정보가 익명화되지 않으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돼 사고 처리 이후에는 데이터 활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딥핑소스의 비식별화 기술을 활용한다면 이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 등 범죄 분석 자료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할 경우에도 범죄 의심자를 가려내기 위한 과정에서 일반 고객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익명화 분석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삼성벤처투자 출신인 배상철 플럭스벤처스 대표(42·사진)는 3년 전 선제적으로 AI기업인 딥핑소스가 금융사와 협력·투자를 통해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주도했다. 배 대표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딥핑소스를 처음부터 핀테크 기업이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조금만 발상을 전환해 본다면 파이낸스(금융)가 더해졌을 때 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삼성벤처투자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1월 '핀테크 융합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털(플럭스벤처스)을 창업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과 함께 한국성장금융 핀테크 혁신 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300억원 규모의 핀테크 혁신 펀드를 결성했다. 플럭스벤처스가 창업 3개월 만에 한국성장금융의 4대1 경쟁률을 뚫고 블라인드 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데 이어 역대 핀테크 혁신펀드 중 최대 규모 펀드를 결성하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배 대표는 짧은 기간에 업계에서 인정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핀테크 혁신 펀드를 결성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융합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타벅스가 앱에서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고 '동남아 우버'라고 불리는 이동수단 기업 그랩이 대출, 결제 등을 하는 기업 그랩 파이낸셜그룹을 결성하듯 어떤 분야든 회사가 성장하다 보면 결국은 금융과 연관이 된다"고 말했다. 역으로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금융과 자기 사업 분야를 연계할 수 있다면 스타트업 성장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배 대표는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이들이 금융 분야에 눈이 뜨일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통해 스타트업이 더 빠르고 의미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비(非)금융사 스타트업 투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분야의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플랫폼 간 연계를 통해 금융 산업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미래에셋·플럭스 핀테크 혁신 투자조합'의 첫 투자 기업 역시 핀테크 기업이라고 보기 어려운 '빌리지베이비'다. 빌리지베이비는 아이를 키우는 초보 부모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앱인 '베이비빌리' 앱을 운영한다. 이들은 빌리지베이비에 총 10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2.5%를 확보했다. 배 대표는 "보험사들이 태아보험과 같은 어린이보험을 임산부에게 판매한다. 따라서 베이비빌리와 관련 사업을 연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다른 핀테크 펀드에 비해 300억원대로 펀드 규모가 큰 만큼 초기 기업보다는 규모가 더 큰 성장 단계 기업들에 적극 투자해 핀테크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미래에셋과 플럭스가 공동 운용사인 이 펀드에는 삼성증권, 동일산업 등이 출자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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