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월부] "광고단가 슈퍼볼 수준"… 끝난줄 알았던 넷플릭스 V자 반등
슬금슬금 올라 저점 대비 2배
광고요금제로 가입자도 늘어
나스닥 4% 오를때 11% 상승
"작년 4분기 가입자 수, 글쎄"
일각선 회의적 시각도 여전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 주가가 'V자 반등'을 그리고 있다. 엔데믹(풍토병화) 시대 가입자 증가세 둔화 우려에 주가가 76% 급락했지만 2배가량 되돌림 반등을 준 모습이다.
시장에선 넷플릭스가 높은 광고단가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에 힘입어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올해에도 이익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순증 가입자 수가 정체되고 기업가치(밸류에이션)에 부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 따르면 넷플릭스 주가는 올해 들어 11%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종합지수(4.4%)보다 상승률이 월등히 높은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비대면 플랫폼 열풍으로 주당 700.9달러까지 급등했던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해 5월 성장 둔화 우려에 162.7달러까지 급락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V자 반등을 그렸고 현재는 당시 저점 대비 2배가량 반등한 주당 327.2달러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주가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건 월가에서 넷플릭스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상향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인 CFRA 리서치는 최근 넷플릭스의 투자의견을 기존 매도에서 매수로 2단계 올렸다. CFRA 리서치는 "계속된 신작 콘텐츠 매력 외에도 최근 출시한 광고 기반 저가요금제 등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월가에선 팬데믹 시대가 마무리됨에 따라 넷플릭스의 성장성이 둔화할 것으로 봤다. 대면 활동이 늘어나 콘텐츠 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스트리밍업계에서 넷플릭스 수익성이 경쟁사 대비 우월해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올해에도 이익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반전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넷플릭스의 매출액, 영업이익은 각각 338억달러, 61억달러로 추정된다. 각각 전년 대비 7.3%, 13%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 또한 지난해(46억달러)보다 소폭 증가한 47억달러로 전망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4년에도 이익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20년 1분기 1억8285만명이었던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 수는 2021년 1분기(2억763만명), 2022년 1분기(2억2164만명), 2022년 3분기(2억2308만명)로 갈수록 증가 추세다. 앞서 넷플릭스의 지난해 3분기 순증 가입자 수는 241만명으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바 있다. 북미 지역은 가입자 수가 정체 상태지만 아시아의 경우 꾸준히 늘고 있다. 2020년 1분기 1983만명이었던 아시아 지역 유료 가입자는 2022년 3분기 3622만명으로 증가했다. 매월 가입자당평균매출도 2022년 4분기 11.8달러에서 올해 3분기 12.03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넷플릭스는 △유료 공유 △광고 두 가지 테마로 신성장동력을 확보 중이다. 이용자가 계정의 비밀번호를 공유할 경우 추가적인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2억명이 넘는 유료 가입자를 보유 중이지만 약 1억명이 무가입자와 계정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 측은 이를 "잠재적 수익 손실"이라고 표현하며 개선안을 모색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료 공유 서비스는 올해 초 대부분 국가에서 출시될 전망이다.
또 넷플릭스는 기본 가격보다 20~40% 저렴한 '광고 요금제(Basic with Ads)' 출시를 통해 가입을 망설이는 이용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오펜하이머에 따르면 넷플릭스를 구독해본 적이 없는 소비자가 넷플릭스 가입 사유로 '저가형 요금제'를 꼽은 비율은 4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의 가입자당평균매출 상승이 가능한 비결은 높은 광고 수익으로 콘텐츠 경쟁력이 강해 광고단가가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이라며 "시장은 넷플릭스의 광고 매출을 2023년 30억달러에서 2025년 4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펜하이머에 따르면 넷플릭스 광고단가는 미국프로농구(NBA) 결승전보다 높은 수준이며 미국 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경쟁자 유입이 어느 정도 제한되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스트리밍 사업을 신규로 구축하는 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 월트디즈니, 아마존 등 경쟁자들이 존재하지만 지난해 이들은 합산 100억달러가 훌쩍 넘는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다.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글로벌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이 2029년까지 연평균 2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일각에선 넷플릭스의 지난해 4분기 가입자 수가 시장 전망치를 밑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2022년 4분기에 가입자 450만명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앱) 내려받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볼 때 해당 수치는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지난해 12월 북미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앱 내려받기 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최근 주가 급등도 공매도에 집중했던 투자자들이 포지션 변경(숏커버링)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오는 19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넷플릭스 측은 매출액 77억8000만달러와 주당순이익(EPS) 36센트를 전망하고 있다.
기업가치에 부담도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자기자본이익률(ROE)로 나눈 가치비율은 26.5배로, 디즈니(23.5배) 대비 높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6배)나 미국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가치(16.3배)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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