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직원이 서류작성·제출까지"…보험·카드사 책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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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와 카드사 등 외주화된 금융사 콜센터가 주요 부서로 역할을 하는 만큼 이들의 노동가치를 인정하고 원청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를 위해 사무금융노조는 원·하청 공동교섭, 특별협의체 등을 통해 산별노조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오늘(12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노동권 연구소와 함께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지원을 받아 진행한 '금융산업 외주화와 콜센터 노동의 변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어제(11일)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제갈현숙 연구위원(한신대 비정규교수)은 "지난 1997년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배경으로 간접고용이 증가했고 그 과정에서 콜센터 외주화가 확대됐다"며 "IT 기술 발전과 함께 전화 서비스를 넘어 통합적인 고객 응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비용 절감을 이유로 외주화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다수의 금융기관은 외주화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컨택센터 산업총람에 따르면 전체 콜센터 인력의 30%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윤지영 연구위원(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은 외주화와 관련된 금융 법령을 분석하며 "법령이 '핵심 업무'와 '비핵심 업무', '본질적 요소'와 '비본질적 요소'라는 자의적 기준으로 외주화를 과도하게 허용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2000년대 '금융기관의 업무위탁에 관한 규정'이 신설된 이후 현재까지 금융기관의 본질적 업무에 대한 기준은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며 "법령이 외주화의 허용 범위를 먼저 정하고 업무를 인위적으로 쪼개 본질적 업무를 맞추는 상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카드사 콜센터의 신용조회 및 카드발급 업무, 손해보험사의 본사와 연결된 보험계약 해지 업무 등 외주화가 금지된 영역의 상당 부분을 콜센터가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윤 연구위원은 "이는 본질적 업무로서 외주화가 어렵다"며 "혹 본질적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개인정보 문제, 업무가 원청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콜센터 외주화를 재고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하면 상황을 확인하고 서류 작성을 요청, 전산을 등록해 심사한 뒤 보험금을 지급하게 됩니다. 이때 전산 등록까지 과정을 모두 콜센터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본사 업무 조정으로 인한 환급금 처리, 금융감독원 민원 서류 작성, 보험해지 복원 등 업무가 콜센터로 이전되고 있습니다.
김혜진 연구위원(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콜센터가 이미 본사의 한 부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콜센터가 서류를 접수하고 대부분 조치를 마치면 본사 직원은 결재만하는 식으로 업무가 상당히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콜센터 성과를 계량적으로만 측정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신속한 상담만 강조하는 콜센터 외주화는 종국적으로 금융사가 대고객 업무의 가치를 낮추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지훈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 지부장은 원청 직원의 지시를 받아 하청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조 지부장은 "원청인 에이스손해보험은 콜센터에 보험상품의 문제점, 주요고객 민원 등에 대한 자료 정리를 요구한다"며 "심지어 개선방안 제출도 지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콜센터 직원들은) 최상의 서비스 제공을 요구 받지만, 정작 (원청의) 콜센터 노동자에 대한 대우는 최저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연승훈 KB손해보험CNS 지부장은 "모회사와 자회사 간 서로 콜센터 처우개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지점 및 내방 창구 업무가 콜센터로 이관되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정당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위원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콜센터 노동가치 인정과 노동조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여유시간과 휴게 시간을 반영해 적정 인력과 콜 수를 산정하고, 업무 가치를 인정하는 임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핵심 업무에 맞게 권환이 부여돼야 하며, 콜센터 고용구조 개선을 위해 장기적 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콜센터 사업장에서부터 노동조건을 개선해 외주화의 실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며 "원·하청 공동교섭, 특별협의체 등을 통해 같은 산업 내 노동자들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산별노조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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