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반대에 국립중앙의료원 인프라 확충 좌초…갈곳 잃은 공공의료
의료원 "단순 경제논리만 고려, 경쟁력 떨어지고 의료 손실만 증가"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립중앙의료원이 국가 중앙병원으로서 상급종합병원 규모로 병상을 늘려 신축 이전하려 했으나, 기획재정부 반대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유행 대응의 선두에 서 왔던 공공의료 분야를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정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재부는 의료원 이전과 신축 사업비를 축소 결정했다. 2021년 복지부와 의료원은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1050병상 운영 사업비 1조2341억원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기재부는 의료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760병상으로 줄이며 사업비를 1조1726억원으로 615억원가량 감액했다. 기재부는 의료원 신축 지역에 대형병원이 몰려 있어 진료권 내 병상이 과잉 공급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1958년 서울 중구 을지로6가에 설립된 의료원은 공간이 비좁고 시설이 낙후해 2003년부터 이전 논의가 이뤄졌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을 계기로 의료원이 중앙감염병병원이 돼, 병원 이전과 중앙감염병병원도 짓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서울 서초구 원지동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주민 반대와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16년만에 사업 추진 불가로 결론이 났다. 그러다 지난 2020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의료원 인근 미국 공병단 터에 의료원을 짓자고 제안하며 이전·신축 사업이 본격화됐다.
특히 2021년 4월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지에 따라 7000억원을 기부해 지지부진하던 이전 사업이 속도를 붙겠다는 기대도 컸다. 이 회장이 보태준 금액으로 정부도 예산을 아끼게 된 셈이지만 기재부는 그보다 축소했으니 의료원 입장에선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원은 전날(11일) "주영수 의료원장이 참여한 가운데 관련 입장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겠다"고 예고했으나 갑자기 당일 취소했다. 의료원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함구했으나 일각에서는 의료원이 "실익이 없고, 적합한 방식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의료원은 여전히 타지역 유입 환자가 많은 특성, 본원의 낙후된 인프라(병상 가동률 저조) 및 부여된 정책기능은 기재부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경제 논리만을 봤다"는 입장이다.
의료원은 국회 제출 자료를 통해 사업 규모 축소의 문제점으로 △서울 권역 내 미충족 필수 의료 공백 발생 △중앙병원으로서 기능을 위한 배후 진료역량 불가 △중앙감염병병원의 모 병원 역할 불가 △자생력 확보를 위한 적정 병상 규모 미확보 등을 들었다.
특히 "자생력을 가지려면 적정 규모의 병상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800병상 이상의 규모를 확보하지 못하면 손실 발생이 불가피하고 의료손실에 따른 진료 기능 재투자가 감소한다. 경쟁력 약화와 의료 손실 증가라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도 의료원 입장에 힘을 실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동안 중환자 진료를 대부분 100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에서 했다"며 "중앙의료원 규모가 작으면 완결적 진료를 하지 못하고 민간 병원에 의존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원이 500병상 규모면 3차 병원은 아니다. 최중증 환자는 볼 수 없고, 지역의료원보다 작다"며 "기재부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5년마다 올 수 있다는 팬데믹 때마다 민간병원을 동원할 건지, 이때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할 건지 고민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와 의료원은 기재부가 추가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단 방침이다. 복지부는 "설계 공모 등 건립사업을 위한 행정절차는 우선 시작한다. 추후 기본설계 이후 추가 수요에 대해 기재부와 총사업비 조정을 지속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기재부 등에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복지부 소관 2023년도 예산안을 수정 의결하면서 의료원 병상 규모 확대를 위해 노력한다는 부대 의견이 여야 합의로 채택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국회 예산 심의권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이건희 회장 유족 측에서 기부하며 맺었던 약정사항의 핵심은 '중앙감염병병원을 150병상 규모로 건립한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당시 약정을 명백히 위반했다. 제대로 된 계획을 다시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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