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해고 안 하고, 노조는 파업 안 하고"...노사 대타협한 나라들

세종=조규희 기자 2023. 1. 12. 17: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T리포트] 4만달러 시대의 열쇠 '노조 혁신'④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노동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를 공정과 법치의 노동개혁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는 기업의 힘만으론 갈 수 없다. 노조의 탈법적 몽니가 횡행한 나라에 국내외 어떤 기업이 마음놓고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뿐 아니라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도 함께 고민할 때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의사들이 파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의사단체가 "우리는 당신을 돌본다. 우리도 돌봐 달라" "건강을 위한 단결"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일,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 주요국들은 노사 간 사회적 대타협 등을 통해 선진적 노동시장과 노사 문화를 구축했다.

오늘날 유럽 최강의 경제대국 독일도 통일 직후인 1990년대엔 연간 경제성장률이 2%에도 못 미치는 혹독한 저성장과 고실업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96년 독일 정부는 노사와 '일자리를 위한 연대'(BundnisfurArbeit) 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고령근로자를 시간제근무로 전환하고, 청년실업자를 시간제근무로 채용하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유도했다.

2001년엔 독일 노조가 실업자 등록조건을 강화하는 '적극적 일자리법'(Job-aktivgesetz)과 2002년 임시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하르츠법(Hartzgesetz)을 받아들이는 양보를 하기도 했다.

노사가 자발적으로 임금 인상 없이 근로시간을 늘린 사례도 있다. 폭스바겐(Volkswagen)의 경우 2004년 금속노조(IGMetall)와 서독지역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을 향후 28개월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그 대가로 근로자 10만3000명의 고용을 2011년까지 보장받고, 기존근로자들은 1인당 1000유로의 보너스를 1회만 지급받게 됐으며 신규 근로자들의 임금은 기존 임금에서 10% 삭감키로 했다.

프랑스에서도 실업률이 급등한 1993년 정부와 노사가 근로시간 단축, 변동 근무 시간제 도입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노동비용을 감축하는 내용의 '5개년법'에 합의했다.

2007년엔 프랑스의 대표적 사용자단체인 '경영자협회'(Medef)가 제안한 '노동시장 현대화를 위한 노사협약'에 대해 노사 간 합의가 이뤄졌다. 이는 △고용안정성 확보 △해고조건 완화 △기업수요에 대한 노동력의 상시 연계를 위한 개별서비스 확보 등 프랑스식 노동개혁에 해당한다.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덴마크는 1980년대 말 이후 경기침체와 실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노사가 국가 경쟁력 향상이 고용창출의 첩경이란 인식을 함께 하고 대대적인 노동시장 개혁에 나섰다.

덴마크는 소위 '황금삼각형'이라고 불리는 △유연한 노동시장 △관대한 복지체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목표로 1980년대 9년이었던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1994년 7년으로, 1999년에는 다시 4년으로 단축했다. 이러한 조치로 1980년대 '유럽의 병자'로 평가되던 덴마크 노동시장은 '덴마크의 기적'이란 평가를 받게 됐다.

스웨덴도 대표적인 노사간 사회적 대타협 사례로 알려져 있다. 1931년 전국 총파업 기간, 군인들의 발포로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사간 극한대립이 시작될 무렵 정치권이 움직였다. 1932년 집권한 좌파 사회민주당(사민당)이 우파 농업민주당(농민당)에 도움을 요청했다.

양당은 특별법을 만들어 기업은 해고를 못하게 하고, 노조는 파업을 하지 않도록 했다. 이후 노사는 2년간 장기 전략회의에 들어갔다. 긴 협상 끝에 양측은 1938년 12월 24일 '살트셰바덴 협약'에 서명했다. 살트셰바덴 협약에는 노조가 사용자의 배타적 권리를 문제 삼지 않는 대신 기업 이윤의 정당한 몫을 임금 인상 등의 형태로 받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일본 대기업 노조 위원장이 '노사관계는 근본적으로 기업이 잘 돼야 조합원인 근로자가 행복하다'고 한 적이 있다"며 "기업이 잘 운영되지 않으면 결론적으로 조합원, 즉 근로자가 일자리를 상실하고 지역사회가 망가지며 결국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조도 기업의 동반자이자 파트너라는 의식으로 일방적 주장보다는 노동생산성 향상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