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최대 고비…"농장·철새도래지 방문 자제해주세요"
"설 명절 기간 귀성객이 증가하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될 우려가 그 어느 때 보다 커지고 있다. 포천 돼지농장 사례와 같이 이젠 겨울철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확산될 수 있는 만큼 각 지자체는 경각심을 갖고 현장에서 보다 강화된 방역조치를 시행해 주셔야 한다."(12일 경기도 양주시 거점소독시설 방문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설 명절을 앞두고 고병원성AI 등에 대응하고 있는 일선 방역현장을 찾아 철저한 사전방역 활동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해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AI 발생 시점이 전년보다 22일 빨리 시작된데다 철새들의 도래 규모도 전년보다 약 9~10% 가량 증가한 상황에서 사람과 차량의 이동이 급격히 늘어나는 설 연휴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고병원성AI 등 가축전염병이 추가적으로 발생·확산되면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계란가격 상승 등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방역활동을 통해 가축전염병의 발생 및 확산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발생 위험도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다행히 올해 방역당국의 대응수준이 강화되면서 전파속도는 다행히 주춤하고 있다. 신속한 초동조치로 다른 농장이나 인근 지역으로의 수평전파가 차단된데다 △기온 △철새간 전파 양상 △항체형성률 등 주변 변수를 고려한 선제적 방역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고병원성 AI 및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가축전염병 발생및 확산을 차단하고 예년보다 이른 설 명절에 대비해 민생안전과 물가를 최우선으로 하는 '설 연휴(21~24일) 가축전염병 방역대책'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이처럼 강화된 방역대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설 연휴 차량과 사람의 이동이 증가함에 따라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가축전염병 발생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고병원성AI는 설 명절 주간 또는 이후에 발생이 늘어났고, ASF도 추석명절이후에 발생한 바 있다. 고병원성AI의 경우 지난 해 설 명절 전 3건이 발생했지만, 설 명절 주간에는 6건, 설 명절 후에는 10건이 발생했다.
ASF 역시 그동안 봄·가을에 주로 발생했지만 지난 해 11월 강원도 철원군과 이달 경기도 포천 돼지농장에서 발생하면서 겨울철에도 발생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또 야생멧돼지의 ASF 검출지역이 경기·강원을 넘어 충북·경북 북부까지 확산되면서 이들 지역도 긴장하고 있다.
중수본은 이에 따라 사전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설 연휴 직전과 직후인 오는 19일, 20일, 25일을 '전국 일제 소독의 날'로 지정해 가금·돼지농장과 축산관계시설 및 축산차량을 대상으로 집중 소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설 연휴 기간 24시간 비상근무(농식품부, 환경부, 행정안전부, 지자체 등) 체계를 유지하면서 지자체와 공동방제단의 소독차량을 활용해 △철새도래지 △야생멧돼지 ASF 검출지역 및 인접 도로 △전통시장 △산란계 밀집 단지 등 오염 우려가 있는 지역과 방역 취약지를 집중 소독하기로 했다.
설 연휴 1주일 전부터는 △산란계 밀집단지 10개소 △10만마리 이상 대규모 산란계 농장 △과거 가축전염병 발생 10개 시·군을 대상으로 농식품부·지자체 합동으로 농장소독 등 방역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한다. 또 설 명절 이후 산란계, 오리 등 취약 축종에 대해 일제 정밀검사(25~31일)를 실시할 방침이다.
ASF의 경우, 설 명절 전·후와 연휴 기간에 전국 돼지농장에 대한 축산차량의 농장진입을 차단하고 울타리 등 방역실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어미돼지(모돈) 축사 관리 등을 지자체와 합동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중수본은 이와 함께 귀성객을 대상으로 △축산농장과 철새도래지 방문 자제 △ASF가 발생한 시·군에서의 입산 자제를 요청하고, 축산 관계자들에게는 △연휴기간 모임 자제 △매일 농장 내·외부 청소·소독 실시 등 방역수칙 준수를 집중 홍보하기로 했다. 연휴 기간에도 △방역수친 문자(SMS) 발송 △마을 방송 △현수막 안내 △방송자막 송출 등을 통해 방역수칙 홍보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물가안정을 위한 계란 수급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이달 말까지 철새 유입이 계속돼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AI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선란의 수입 공급망을 점검하는 한편 △병아리·계란 등 할당관세 품목을 포함한 공급 확대 △매점매석 행위 등 유통질서 단속 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해 10월부터 최근까지 고병원성AI 확진 등으로 살처분된 산란계는 273만 마리(전체 사육 마릿수의 3.6%)에 달한다. 하지만 이달 계란 공급량은 하루평균 4,301만개로 계란 수급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다.
박정훈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정부는 민생안정 및 물가에 최선을 다 한다는 계획으로 이번에 마련된 설 연휴 가축전명병 방역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국민들의 물가 체감지수를 낮추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정혁수 기자 hyeoksoo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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