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통령 집무실, 관저 아냐…100m 이내 집회금지 위법”

대통령 집무실 앞. 연합뉴스.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관저’로 보고 일대 집회를 금지한 경찰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12일 참여연대가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낸 옥외집회금지 통고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여러 쟁점에 가능한 해석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대통령 집무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정한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방부와 전쟁기념관 앞에서 ‘남북·북미 합의 이행 및 한반도 평화’를 주장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이를 금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집시법에서 100m 이내 집회 금지 대상으로 정한 ‘대통령 관저’에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청와대에선 한 곳에 모여있던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윤석열 정부 들어 분리됐는데, 경찰은 집무실도 관저에 포함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참여연대는 “통상적으로 관저는 주거공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집무실 앞 집회는 허용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지난해 5월 참여연대가 낸 이 사건 집행정지 신청 일부를 받아들여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허용했다. 다만 집회 장소 일대 교통정체 등이 우려된다며 집회 시간과 장소를 제한했다.

이와 별개로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집회와 시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집시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헌재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은 2024년 5월31일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