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복귀에 여론 싸늘…"문학필드서 구시대적 대응 통용 안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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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의혹으로 논란이 된 고은 시인이 문단에 복귀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고은 시인이 해명도 사과도 없이 5년 만에 신작 시집 '무의 노래' 등을 펴내자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문학계 한 관계자는 "고은 시인이 지난해 가을 복귀 시집을 내려 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의사를 타진한 출판사가 난색을 보이자 실천문학사에서 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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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성추행 의혹으로 논란이 된 고은 시인이 문단에 복귀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고은 시인이 해명도 사과도 없이 5년 만에 신작 시집 '무의 노래' 등을 펴내자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는 2018년 최영미 시인이 문단 기득권층의 성폭력 행태를 고발하자 이후 활동을 중단했다.
12일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등 인터넷 서점 게시판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데 어떻게 시를 쓰나", "이 책이 팔려서는 안된다", "대한민국 문학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는 등의 비판 글이 이어졌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고은 시인 시집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유의미하게 판매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최영미 시인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선을 실천하는 문학"이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최 시인은 앞서 고은 시인이 실천문학사를 통해 시집과 대담집을 출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허망하다. 지금 내 심정이"란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2017년 계간 '황해문화'에 발표한 시 '괴물'에서 고은을 암시하는 원로 문인의 과거 성추행 행적을 고발했다. 이듬해 이 사실이 공론화되며 문단에서 큰 파장이 일었다.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이란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후 고은 시인은 최 시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9년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상고하지 않았다.
고은의 조용한 복귀에 문학계 안에서도 과거처럼 침묵으로 흘러가려 한다면 시대착오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성추문에 대한 공식 사과도 없는 상황에서 작품을 내놓으니 대중과 문단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금의 문학적 필드는 독자가 가진 윤리가 엄격해져 이런 구시대적인 대응은 통용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도 "오래전 해명됐어야 할 문제인데 해명도 사과도 없으니 독자들은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침묵하면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과거의 잣대로 생각한다면 우려스럽다. 사과는 문제 해결에 대한 최소한의 시작인데, 그렇지 않다면 문제는 문제대로, 피해자의 상처는 상처대로 남는다"고 짚었다.
당초 고은 시인은 지난해 가을 한 출판사를 통해 복귀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계 한 관계자는 "고은 시인이 지난해 가을 복귀 시집을 내려 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의사를 타진한 출판사가 난색을 보이자 실천문학사에서 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천문학사는 고은 시인 등이 주축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한국작가회의)가 1980년 창간한 계간지 '실천문학'을 발간하고 있다. 지난해 실천문학 겨울호는 고은 시인이 쓴 고 김성동 작가 추모시 '김성동을 곡함'을 싣기도 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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