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초록 페어웨이 인증샷 명소로 떠올랐다
삼성물산 잔디硏 협업
낮은 기온에도 강한
라이그래스 씨 뿌려
韓잔디와 공존법 찾아
부산에 위치한 동래베네스트GC가 최근 골퍼들 사이에서 '인증샷'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영하의 날씨에 잿빛으로 변한 다른 골프장과 달리 초록의 페어웨이에서 기분 좋은 아이언샷을 하는 사진이다.
최근 동래베네스트GC를 찾은 김성욱 씨는 "친구가 사진을 보내줘 예전 사진인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다. 1월에도 이런 풍광을 보면서 라운드할 수 있다니 놀랍다. 게다가 원래 한국잔디 코스인데 양잔디 골프장으로 변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골퍼들은 늘 아쉬워할 수밖에 없다. 초록 잔디 위에서 기분 좋게 라운드할 수 있는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특히 잔디가 자랄 수 없는 추운 겨울에 골퍼들은 강제 방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많은 골프장이 사용하는 '한국잔디'는 여름철에 강한 난지형 잔디다. 반면 양잔디는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잘 자라는 한지형 잔디다. 계절에 따라 장단점이 극명하게 나뉜다.
하지만 이제는 사계절 내내 푸른 잔디에서 라운드를 할 날도 머지않았다. 동래베네스트GC가 2019년부터 '덧파종(Overseeding)' 기법을 실험한 지 4년 만에 파3 4개 홀을 제외한 14개 모든 홀에서 1년 내내 푸른 잔디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동래베네스트GC의 기본 잔디는 고려지. 이른바 금잔디로 불리는 한국잔디로 여름에 강하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골프사업팀이 '사계절 골프코스'를 위해 낮은 기온에도 강한 한지형 잔디인 '라이그래스'를 덧파종해 겨울에는 푸른 양잔디 골프장으로 변신한다.
핵심은 기술력이다. 기존 잔디 위에 또 다른 잔디 씨앗을 뿌리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4년 만에 두 가지 종류의 잔디가 안정적으로 공존하는 방법을 찾은 것은 이례적라고 평가받을 정도다.
고려지 코스에서 양잔디 코스로 바뀌는 시점은 10월. 일단 9월 말에 기존 잔디를 적정한 길이로 자르고 분석된 평균 기온을 고려해 라이그래스 씨앗을 뿌려야 한다. 이후 물을 주는 주기, 양, 비료 종류까지 최적의 조합을 찾는 작업이 바로 기술력이다. 또 덧파종한 라이그래스가 여름에 원래 코스의 장점을 해치지 않게 생육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사계절 골프코스'를 만든 지원군은 역시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골프사업팀이 운영하는 잔디환경연구소다. 잔디환경연구소는 신품종 잔디를 개발하고 한국프로축구 23개 축구장의 잔디 관리 컨설팅을 할 정도로 '잔디 박사'들만 모인 곳이다. 잔디 박사들은 덧파종 관련 각종 환경 조건과 비료 등이 라이그래스 종자의 발아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내는 등 전문적인 영역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덧파종 효과는 '초록 잔디'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1월에도 다른 잔디에 비해 잔디 밀도가 4배나 높아져 골프를 위한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 1월 예약률 100%의 비결이다.
동래베네스트GC의 덧파종 프로젝트를 담당한 경력 27년의 그린 키퍼 김종경 프로는 "4년여간 늘 푸른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동료들과 많이 공부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올겨울 좋은 품질의 잔디를 선보일 수 있었다"며 "골퍼들이 좋은 품질의 잔디에서 라운드하며 더욱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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