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변호사비 대납·대북송금 의혹’ 김성태, 자진귀국 결정…檢 수사 가속도
쌍방울 “13~14일 자진귀국으로 들어올 예정”
수원지검, 공항서 신병 확보 나설듯
도피 8개월여 만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자진귀국’ 의사를 밝히면서 이르면 오는 13일 귀국한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의 도피로 멈춰선 쌍방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포함해 대북 송금 의혹 등 관련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2일 법조계와 쌍방울그룹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자진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당국에 밝혔다. 지난 10일 체포된 직후 불법체류 사실을 부인하다가 돌연 입장을 다시 바꾼 것이다. 김 전 회장은 현지 수용 시설의 열악한 환경 등에 부담을 느끼고 국내 입국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쌍방울 측은 “여권이 말소됐기 때문에 긴급 여권이 발급되면 입국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며 이르면 내일 비행기에 탑승해 13일 또는 14일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강제 추방과 송환 절차가 아닌 자진귀국으로, 김 전 회장은 긴급 여권이 발급되는 대로 항공편을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5월 말 압수수색을 앞두고 싱가포르로 출국, 8개월 간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이날 오후 김 전 회장의 도피를 돕거나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쌍방울 관계자 6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기도 했다. 현재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은신처를 마련해준 한인회장 A 씨도 수사 선상에 올려뒀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의혹 관련 검찰 수사의 핵심 ‘키맨’으로 꼽힌다. 구체적으로 200억 원대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한 횡령·배임 및 정관계 비리 의혹과 불법 대북송금 의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 있다.
수원지검은 김 전 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공항에서 체포영장을 집행, 신병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이 쌍방울의 실질적 사주인 김 전 회장이 각종 의혹에 깊숙하게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의 향후 검찰 진술에 따라 관련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이 받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2018∼2019년 쌍방울이 발행한 200억원 전환사채(CB) 거래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허위 공시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전 쌍방울 재무총괄책임자(CFO) A씨와 현 재무 담당 부장 B씨는 전환사채 인수 회사가 그룹 내 페이퍼컴퍼니라는 내용을 공시문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범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A씨는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의 전환사채 매수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회삿돈 30억원을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횡령했고, B씨는 나노스 전환사채 관련 권리를 보유한 제우스1호투자조합의 조합원 출자지분 상당 부분을 임의로 감액해 김 전 회장 지분으로 변경하는 등 4500억 원 상당을 배임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같은 전환사채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횡령 사건에도 김 전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와 B씨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서에도 김 전 회장이 공범으로 적시됐다.
대북 송금 의혹은 쌍방울이 2019년을 전후로 계열사 등 임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64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72억 원)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북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쌍방울이 이 시기에 중국 선양에서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등과 경제협력 사업을 합의한 대가로 북한에 거액의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 등과 관련해 이미 구속 기소된 아태평화교류협회 안부수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대북 송금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김 전 회장이 입을 열어야 수사가 비로소 마무리될 수 있을 전망이다.
검찰이 1년 넘게 들여다보고 있는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 중이던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쌍방울그룹의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가 대납 됐다는 내용이다. 한 시민단체가 2021년 10월 이 대표가 “(과거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받을 때) 변호사비로 3억원을 썼다”는 주장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면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지난해 9월 이 대표를 불기소했으나, 불기소 결정서에 “통상의 보수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소액”이라며 변호사비가 쌍방울 등으로부터 대납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여지를 뒀다.
그러면서 쌍방울 그룹의 전환사채 편법 발행과 유통 등 횡령 및 배임으로 얻은 이익이 변호사비로 대납 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도 적시했다. 이 의혹에 대한 김 전 회장의 진술에 따라 수사는 급진전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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