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나온 플랫폼 심사지침…‘독과점 폐해’ 잡을 수 있나

반기웅 기자 2023. 1. 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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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신사옥의 모습. 문재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사업자의 위법성을 심사할 때 쓰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12일 확정했다. 플랫폼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심사 기준을 만들어 공정위의 감독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초안인 행정 예고안이 나온지 1년 만에 최종안을 내놓은 건데, 규제 강도와 범위는 기존 안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플랫폼 업계 요구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 부분을 제외하면서 적용 대상이 네이버·카카오 등 일부 ‘대형 플랫폼’으로 축소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심사지침을 플랫폼에 대한 새로운 감독 체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 지침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주요 경쟁제한 행위 유형을 멀티호밍 제한(다른 경쟁 플랫폼 이용 방해), 최혜대우 요구(자사 온라인 플랫폼 상 거래조건을 타 유통채널 대비 동등하거나 유리하게 적용하도록 요구), 자사우대(자사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자사 상품 또는 서비스를 경쟁사업자의 상품, 서비스 대비 직간접적으로 우대), 끼워팔기(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와 다른 상품 또는 서비스를 함께 거래하도록 강제) 등 4가지로 규정했다.

공정위 제공

예를 들어 지난 2020년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 조정을 통해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입점업체 상품을 플랫폼에 우선 노출한 행위는 ‘자사 우대’,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와 배타조건부 계약을 체결해 다른 플랫폼에 대한 정보 제공을 막은 행위는 ‘멀티호밍 제한’에 해당한다.

네이버 사례처럼 공정위는 이전에도 현행 공정거래법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를 제재해 왔다. 다만 현행 공정거래법은 법 집행 기준이 전통산업에 맞춰져 있어 플랫폼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번 공정위 심사지침은 플랫폼 특성에 맞게 대표적인 경쟁제한 행위 유형을 구체화한 일종의 공정거래법 해설서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기보다는 현재까지 누적된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법 집행 사례들을 토대로 현행 공정거래법 집행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심사지침을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심사지침 적용 범위는 ‘시장지배적지위’를 가진 온라인 플랫폼 중개 서비스, 검색엔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 등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운영체제(OS), 온라인 광고 서비스 등 제공 사업자 등이다. 외국 사업자가 국외에서 한 행위도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 적용대상이 된다.

플랫폼이 시장지배적지위 사업자인지 여부는 시장의 진입장벽 존재 유무(교차 네트워크 효과), 이용자 집단에 대한 접근성을 통제할 수 있는 영향력 유무(문지기·게이트키퍼 영향력), 데이터 수집·보유·활용 능력, 새로운 서비스 출현 가능성, 매출액 이외 점유율 산정 기준 등을 통해 판단한다.

매출액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이용자 수와 이용 빈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예컨대 직접 매출액이 존재하지 않는 모바일 OS는 해당 운영체제를 탑재한 모바일 기기수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가늠할 수 있다.

심사지침 제정은 지난해 1월 초안이 행정 예고 이후 더디게 진행되다가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논의가 빨라졌다. 이번 지침은 공정위가 내놓은 첫 플랫폼 독과점 방지 대책 성격도 띤다.

하지만 지침 내용은 기존 행정 예고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몇몇 규정을 보완하고 개념을 명확히한 수준에 그친다. 당초 지침에는 불공정거래 행위 부분도 포함될 예정이었는데, 업계 의견 수렴 과정에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서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플랫폼 독과점을 예방하고 폐해를 시정하기에는 지침만으로 역부족”이라며 “정부가 플랫폼 자율 규제 쪽에 무게를 실으면서 오히려 기존 행정 예고안보다 더 소극적인 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플랫폼 독과점 문제는 현행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향후 플랫폼 독과점 규율을 위한 법제화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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