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가가 세월호 유족에 2차 가해, 위자료 추가 지급해야”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2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2심 재판부는 국가의 ‘2차 가해’도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이광만)는 12일 전명선 4·16 민주시민교육원장 등 세월호 참사 유족 228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한 배상금에 더해 국가가 희생자 친부모 1인당 500만원, 다른 가족에겐 100만∼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이 인정한 손해배상액 총 723억여원에다 재산상 손해배상액 147억여원, 정신적 손해배상액 10억6000만원을 추가한 것이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항소심에서 추가 청구한 2차 가해 피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의 국군기무사령부가 직무와 무관하게 세월호 유가족의 인적 사항과 정치 성향 등을 사찰해 보고함으로써 원고들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세월호 희생자 118명(단원고생 116명·일반인 2명)의 유족 355명은 2015년 9월 “국가가 안전 점검 등 관리를 소홀히 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고 참사 발생 후에도 초동 대응과 현장 구조를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선주사인 청해진해운이 세월호 선체를 무리하게 증·개축했고 운항 과실과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며 이 회사를 상대로도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와 청해진해운의 책임을 인정해 이들이 공동으로 희생자에게는 2억원, 유가족들에게는 500만~8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다. 유족들 가운데 228명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하면서 기무사의 불법 사찰 등 2차 가해에 대한 위자료도 추가 청구했다.
항소심에서 유족들은 불법사찰 외에 기무사가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를 기획한 점, 정부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설립과 조사를 방해한 점 등도 2차 가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무사 공무원들이 진보 단체의 세월호 추모 집회 첩보를 보수단체에 제공한 사실이 인정되나 원고들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에 가담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했다. 또 특조위 외에 다른 기관의 조사를 통해서도 세월호 참사 진상을 규명할 수 있어 특조위 조사 방해만으로 유족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판결 직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는 ‘진상규명과 안전 사회’를 외치는 유족과 시민을 종북 좌파로 몰아가며 온갖 탄압을 자행했다”며 “오늘 선고는 국가와 기무사의 이러한 행위가 불법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는 국가폭력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에 나서야 한다”며 “그래야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 같은 안타깝고 비극적인 일이 되풀이되지 않고 국민이 억울한 유가족이 되지 않는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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