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올릴 수 있을까’···등록금 ‘눈치게임’ 돌입한 대학들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 결정을 앞두고 ‘눈치게임’에 돌입했다. 재정 악화에 시달려온 대학들은 교육부가 올해 대대적으로 규제 완화를 시작하자 등록금 규제도 풀릴 것이라 기대한다. 이미 일부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1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공개한 ‘정보공시를 통해 본 등록금 및 교육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공시 기준 전국 4년제 일반대학 등록금은 1인당 평균 679만4000원이다. 14년 전인 2008년(673만원)보다 1.0% 많다.
대교협은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해 각 연도별 등록금을 2020년 기준 화폐가치로 환산한 ‘실질등록금’ 을 적용하면 지난해 등록금은 632만6000원으로 2008년(823만7000원)보다 23.2% 줄었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대교협은 보고서에서 “등록금 인상 상한제 내에서는 인상할 수 있도록 국가장학금 Ⅱ유형 참여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대학은 1~2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어 한 해 등록금을 결정한다.
등록금 인상을 가로막는 정부 규제는 2가지다. 먼저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년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고등교육법상 규제가 있다. 이에 따르면 올해 등록금 인상률의 법정 상한선은 2020년~2022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인 2.7%의 1.5배인 4.05%다. 하지만 교육부가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하고 있어 실제로 대학들이 이를 포기하고 등록금을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194개교 중 6곳을 제외한 188개교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내렸다. 올해도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는 대학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중앙대·국민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은 이미 올해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일부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 동아대가 대표적이다. 동아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운영한 대학재정안정화TF는 올해 등록금을 전년 대비 3.5% 인상하는 안을 이달 초부터 진행 중인 등심위 안건으로 올렸다. 지난해 동아대 학부 등록금은 평균 676만6000원으로, 올해 3.5% 인상하면 약 700만3000원이 된다. 동아대 관계자는 “국가장학금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나중 문제고 지금은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며 “아직 등심위가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가기 전이라 앞으로 심의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대가 실제로 올해 등록금을 올리면 다른 사립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학부 대신 정부 규제가 덜한 대학원과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올린 대학도 있다. 서강대는 대학원 등록금을 계열별로 2.0~4.0% 인상했고 성균관대는 대학원 등록금을 2.0%, 정원외 유학생은 5.0% 올리기로 했다.
교육부는 등록금 인상에 대해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교육부 안팎에서는 등록금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말이 계속 흘러나왔다. 지난해 5월 유출된 국정과제 운영계획서에는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연계된 등록금 동결 요건 폐지를 올해 상반기까지 추진하겠다고 했다.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국가장학금과 연계된 등록금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해 6월 대교협 세미나에서 등록금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파장이 커지자 하루 만에 발언을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달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 교육분과 간담회에서도 교육부가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이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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