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남은 이청용, 남은 목표는 새 문화의 정착
한 시대를 풍미한 명가는 자신들의 문화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0년대 사실상 K리그1 우승컵을 독점했던 전북 현대의 ‘우승 DNA’가 대표적이다. 전북은 남들이 경험을 무시할 때 거꾸로 그 가치를 인정해 선수가 팀을 위해 헌신하고 경쟁하는 문화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전북 천하를 무너뜨린 울산 현대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17년 만에 K리그1 우승컵을 되찾은 것에 만족하지 않은 채 오랜동안 정상을 수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2년 더 푸른 파도를 타겠다고 약속한 미드필더 이청용(35)이 그 중심에 섰다.
울산에 처음 입단할 당시 우승컵을 약속했던 그는 새해 주장 완장을 후배 정승현(29)에게 넘긴 대신 더 무거운 짐을 졌다.
이청용은 지난 11일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기자와 만나 “홍명보 감독님은 우리가 더 도약하지 않으면 챔피언 자리를 뺏길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며 “지나간 영광이 아니라 매년 우승을 다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청용이 말하는 그 토대는 축구만 전념하는 새 문화다. 이청용은 “사실 다른 팀에서 뛰는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직 우리나라는 선·후배 관계가 어렵다”며 “나이나 이름값이 아니라 축구장에선 실력이 우선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울산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청용은 ‘자율 속의 규율’이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2004년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프로 무대에 데뷔한 그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볼턴 원더러스·크리스털 팰리스)와 독일 분데스리가(보훔)를 누비면서 직접 경험한 것들이 영향을 미쳤다.
이청용은 “영국이 조금 더 자유롭다면, 독일은 어떤 면에서 우리와 비슷할 정도로 엄격하다”며 “두 문화를 섞어 중간 지점이 한국에선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수들 사이에 서로 존중하고 축구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배라고 식사 시간에 20~30분씩 늦게 오고, 후배들은 기다리는 식의 문화는 안 된다. 이런 부분에 대해 고참 선수들이나 홍명보 감독 등과 대화해 변화를 주고 있다. 나보다 경험이 많은 (박)주영이 형에게도 의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이청용이 우승에 대한 욕심을 접은 것은 아니다. 2020년 울산에 입단한 첫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정상에 오른 그는 이제 대한축구협회(FA)컵만 들어올리면 울산에서 모든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다.
이청용은 “선수 생활 막바지로 가고 있는 만큼 은퇴 후 후회하고 싶지 않다. 지난해 K리그1에서 우승을 해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며 “아직 우승하지 못한 FA컵도, 이미 우승해봤던 대회도 모두 욕심난다”고 말했다.
이청용의 바람이 이뤄지려면 울산보다 먼저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어낸 전북을 넘어서야 한다. 공교롭게도 올해 개막전 상대가 그 전북이 유력해지고 있다.
이청용은 “앞으로도 울산과 전북의 경쟁은 더욱 흥미진진한 구도가 될 것”이라며 “전북이 누구를 영입하는지에 관심을 두는 것보다 우리 전력을 끌어올리고, 우리 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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