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자가 된 전북, 에이스가 된 백승호 “새해 목표는 트레블”

박강수 2023. 1. 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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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올해도 뛴다] 전북 현대 미드필더 백승호
전북 현대 백승호가 12일 전주의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백승호(25·전북 현대)는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30분을 뛰었다. 지난해 12월6일(한국시각) 마지막 브라질과의 16강전 후반 20분에 교체로 들어가 31번 공을 만졌고 27개의 패스와 3개의 태클을 했다. 아울러 한 번의 슈팅을 기록했다. 네 골을 뒤진 후반 중반 이강인의 프리킥이 브라질 수비에 맞고 나오자 아크 바깥 벌판에서 왼발로 때려 골망을 뚫었다. 시속 89㎞ 포탄을 쏘아 올린 그의 킥은 ‘벤투호’의 마지막 득점으로 한국 축구사에 남았다.

무엇보다 백승호 본인에게 의미가 큰 ‘한 방’이었다. 12일 전주의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월드컵에 간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처음 세 경기를 뛰지 못한 상황에서 출전을 목표로 월드컵 기간을 보냈다. 저뿐 아니라 경기 못 뛴 선수들 모두 ‘언제 들어가든 잘할 수 있게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기회가 왔고, 운 좋게 골도 들어갔다. 감사하고 의미 있는 월드컵이었다. 자신감도 많이 얻은 것 같다”라고 득점 장면을 돌아봤다.

백승호는 이 경기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평점(<후스코어드닷컴> 기준 7.5점)을 받았고, 그의 골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이번 월드컵 최고의 골 10개 후보에 들었다. 어려서부터 한국 축구의 미래로 촉망받았던 백승호에게는 축구 인생의 한 장을 정리하는 전환점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유소년 시절 스페인의 명문 구단 FC바르셀로나에서 약 6년간 축구를 배웠고 2군 팀을 통해 프로 데뷔도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고 성인대표팀에 승선한 건 2019년, 22살 때 일이다.

백승호가 지난해 12월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 경기에서 상대 골문을 여는 중거리 슛을 날리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이후 바르셀로나를 떠나 스페인 지로나, 독일 SV다름슈타트 등을 거치면서 팀 내 입지를 잃고 부진에 빠졌던 백승호에게 재기의 발판이 되어준 건 전북으로 이적이었다. 2021년 김상식 전북 감독이 부임한 해 전주성에 입성한 그는 단숨에 전북의 주전 미드필더로 도약했다. K리그 데뷔 시즌 리그 우승컵을 들었고 한동안 연이 끊겼던 대표팀에도 다시 뽑혔다. ‘출전이 목표’였던 유럽 시절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경기를 뛰면서 체력도, 경기력도 쭉쭉 올라왔다.

“전북에 온 건 정말 좋은 선택”이라고 말해온 그는 “유럽에 있을 때보다 경기도 많이 뛰고 대표팀에서 경험도 쌓다 보니 감각이 많이 올라왔다. 김상식 감독님과 같은 포지션이라 조언도 많이 받는다”라고 자신의 성장 비결을 짚었다. 지난해 기록은 리그 30경기 2골5도움. 축구 통계 사이트 ‘소파스코어’ 기준 그의 시즌 평균 평점은 7.22점이다. 전북 선수 중에서는 조규성과 홍정호에 이어 세 번째, 리그 전체 선수 중에서는 여덟 번째로 높다.

백승호는 올해로 리그 3년 차다. 라마시아(바르셀로나 유소년 선수 육성 시스템)의 신동에서 전북의 에이스로, 나아가 월드컵 득점자로 거듭난 그에게 2023년은 새로운 도전의 장이다. 특히 소속팀 전북의 동기부여가 남다르다. 지난해 6년 만에 리그 왕좌를 빼앗긴 전북은 울산의 우승 주역 중 한 명인 아마노 준을 영입했고, 독일 헤르타BSC에서 뛰던 이동준도 데려왔다. 아울러 지난 4일에는 축구팬들에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감독으로 유명한 로베르토 디마테오를 기술 고문으로 선임했다.

백승호가 12일 전주의 전북 클럽하우스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백승호는 “올해 온 선수들은 다 기대된다. (이)동준이 형도 대표팀에서 같이 뛰어봤고, 아마노도 리그에서 상대해봤다. 저희가 준비만 잘하면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리그 탈환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A컵까지 석권하는 ‘트레블’(3관왕)을 새해 목표로 내걸었다.

전북은 16일 스페인으로 겨울 전지훈련을 떠난다. 그리운 스페인에서 새 시즌 담금질을 하게 된 백승호는 “집에 가는 느낌이다. 친했던 코치·선수들과 연락해 밥도 먹을 것”이라면서 웃었다.

전주/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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