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 감축을 수치로 보여줄 수 있다면
지난여름 프랑스와 영국에는 40도를 육박하는 혹서가, 그리고 독일에는 유례없는 홍수가 발생해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일으켰다. 서울 강남에도 기상 관측 이래 최대, 아니 최악의 홍수 피해가 있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폭염, 가뭄, 홍수, 태풍 및 집중호우 등의 이상기후와 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더욱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부단한 노력과 실천이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발맞추어 우리 정부도 2020년 12월에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였고 후속 사업과 정책 실행을 추진 중에 있다. 한편 글로벌 대기업들은 공급망에 대한 탄소배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협력사 행동규범 등에 탄소배출량을 문서화·지침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탄소배출량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 파리기후협정은 국가별로 탄소감축목표(NDC)를 제시하고 달성하게 하였다. 우리 정부는 이행 실적을 유엔에 보고해야 하며, 관련 산업에 탄소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탄소배출계수(Carbon Emission Factor)'다. 이 계수는 제품, 서비스, 산업 및 국가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을 산정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탄소배출계수란 '단위 활동당 가스의 배출 또는 흡수를 정량화하는 계수'라고 정의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위해서 탄소배출계수를 개발·활용하고 있듯이 이제는 탄소감축계수(Carbon Reduction Factor)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해야 할 때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탄소감축계수를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 모델이 경쟁적으로 도출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공식적인 탄소감축계수가 없다. 보다 실효적인 측면에서 우리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종이와 플라스틱 등의 자원 재활용, 일회용품 사용 금지, 대중교통 이용, 전기 절약, 적정 실내온도 설정 등이 필요하다는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히 "이런 각각의 활동들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탄소가 감축되는가?"라는 질문에는 답변이 어려울 수 있다.
막연하게 탄소가 감축될 것이라는 두리뭉실한 말과 함께 시민들에게 탄소감축을 위한 방법이라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으로 이해가 된다. 다시 말하면 탄소감축 활동에 있어서 탄소감축량을 정확히 산정해서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와 같은 정확한 감축량 산정 없이 어떻게 탄소중립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이전에 국가별로 탄소배출계수들을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해서 탄소배출량 산정에 활용하고 있듯이 국가 탄소감축계수 산정과 구축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며 오랜 시간과 연구를 통해서 구축 및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재활용·재이용·업사이클링과 여러 가지 프로세스별로 구분해서 진행이 되어야 하고 조건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특성을 반영한 고유의 탄소감축계수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1㎏의 종이 재활용, 1㎏의 플라스틱 재활용, 1kwh의 전기 절약 등이 어느 정도의 탄소를 감축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바탕으로 탄소감축량 정보를 요구해야 할 것이며, 시민들의 탄소중립을 위한 활동과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교수 유럽환경에너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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