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부당노동행위' 1심 판결에 "대법원 판례 배치···항소"
"명시적 계약 없으면 단체 교섭 의무X"
전문가 "중요 허들 다 건너뛴 급진 판결"
"산업 전반 분쟁 확산할수도" 우려 시선
통운 대리점도 "경영권 침해" 강한반발
CJ대한통운(000120)이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법원에서도 유지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12일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택배기사들은 택배사 하청업체인 대리점에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고용직이다. 이들로 구성된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020년 3월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CJ대한통운이 이를 거부하자 지방노동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했다. 당시 지노위는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줬으나 재심에서 중앙노동위가 판단을 뒤집고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렸다. 중앙노동위는 당시 “원·하청 등 간접고용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노동 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부분에는 원청의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지난 2021년 7월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은 청구 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CJ대한통운은 판결 직후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판결이 기존 대법원 판례와 배치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이 말한 ‘기존 대법원 판례’의 표준으로 꼽히는 게 1995년 남해화학 사건 대법원 판결이다. 이 판결은 남해화학과 전국항운노조연맹 전남남부항운노조 간 벌어졌던 단체교섭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해화학은 1977년 원료를 수입하며 창고 하역 작업을 위해 A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었고, A사가 전남남부항운노조로부터 근로자를 공급받아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노조가 A사에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다 수용되지 않자 근로자 공급을 중단했고, 이에 남해화학은 다른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공백 작업을 수행하게 하다 1994년 자사 직원으로 채용했다. 노조는 1989년부터 항만 하역협회와 항운노조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항운노조 작업권에 속하는 업무는 조합원 외에 취업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규정 등을 들어 작업권 이양과 단체교섭을 요구했는데, 남해화학은 이를 거부하며 단체교섭과 관련해서도 ‘둘 사이엔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재심)는 각각 1993년과 1994년 남해화학의 단체교섭 거절을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했고, 이에 남해화학은 1994년 법원에 판정취소 소송을 내 승소했다. 중노위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하청 노동조합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를 기각했다. 이 판례가 이후 많은 유사 이슈의 표준 법리로 참고돼 온 만큼 이에 어긋나는 2021년 중노위의 판정은 노동·법조계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낸 바 있다. 사용자의 개념을 무리하게 넓혀 교섭 범위와 대상을 둘러싸고 노사 분쟁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동헌 에이플 노무법인 대표노무사는 “큰 흐름이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사용자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이번 판결은 택배 기사를 하청 근로자로 볼지 여부와 ‘지배·개입’과 ‘교섭 거부’를 둘러싼 사용자 성 판단 논의 등 중요한 몇 가지의 허들을 한 번에 넘어버린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CJ대한통운과 계약 맺은 대리점들도 ‘경영권 침해’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은 이날 하청노조를 원청의 단체교섭 대상자로 인정한다는 판결과 관련해 “전국 2000여 개 대리점의 경영권과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 택배산업의 현실과 생태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가 교섭 테이블에 올릴 주된 내용이 대리점과 계약서를 통해 규정한 계약 기간과 배송 구역, 수수료율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계약 당사자인 자신들을 건너 뛰는 것은 대리점 고유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연합은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체결한 계약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며 “경영권 보호는 헌법상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권리이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대리점과 같은 모든 사업자에게 동일하게 해당된다”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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