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스타’ 부티지지 美 교통장관, 정치 생명 위기…철도 이어 항공대란

2023. 1. 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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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웨스트 결항 사태 이어 美 전역 항공 중단까지
차기 대선 의식한 공화당 “받아들일 수 없는 무능력” 맹공
지난 대선 아이오와 경선 1위 정치적 자산 빛바래
민주당, ‘지지율 답보’ 바이든에 이어 차기 잠룡까지 내상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부 장관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지난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깜짝 스타로 떠올랐던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부 장관이 연이은 교통 대란에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문서 유출 사태에 난감한 민주당은 차기 대선 잠룡까지 내상을 입게 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1(현지시간) 발생한 미 연방항공청(FAA) 의 전산 정보 체계 노탐(NOTAM) 이상으로 9·11 테러 이후 초유의 미 전역 항공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에 거센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백업 시스템이 작동했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항공편 지연여파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미국 항공업을 감독하는 FAA이 기술 인프라에 충분히 투자하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제기됐다.

게다가 이번 사태가 지난달 21~31일 간 1만6000편 이상의 항공편 취소로 이어진사우스웨스트항공 사태에 연이어 발생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간) 발생한 미 연방항공청 시스템 오류 문제로 인한 항공편 전면 중단 사태에 대해 취재진에 설명하고 있다. [AP]

미 의회는 여야 할 것 없이 교통부와 그 수장인 부티지지에 대한 비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원 상무과학교통위원장인 민주당 마리아 칸트웰 상원의원은 사우스웨스트 항공 문제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고 여기서 FAA 사태까지 다루겠다고 밝혔다.

같은 위원회의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중요한 안전 시스템을 유지하고 운영할 수 없는 기관의 무능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는 교통부가 초래한 기능장애의 최신 버전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당의 하원 교통인프라위원회 의장인 샘 그레이브스 의원도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비판의 목소리가 부티지지 장관에 집중되는 것은 1차적인 책임을 지는 FAA 청장 자리가 공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스티븐 딕슨 FAA청장이 물러난 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덴버국제공항 최고경영자(CEO)인 필립 워싱턴을 FAA 청장으로 지명했지만 아직까지 상원에서 인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지난 3일 새 회기가 시작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재지명했지만 워싱턴의 인준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FAA를 이끄는 유능하고 입증된 리더가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까다로운 검증을 예고했다.

전 오바마 행정부에서 교통부 장관을 지낸 레이 라후드 역시 “교통부 장관은 어떤 종류의 위기 없이는 하루도 보낼 수 없는 자리”라면서 “부티지지 장관이 가지고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이번 사태를 2024년 대선 정국에서 유리하게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컨설팅 업체 SKDK의 질 주크만 파트너는 “공화당이 부티지지 비판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그가 민주당의 유력한 차차기 대선 주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티지지 장관은 지난 대선 경선 이전까지만 해도 인디애나 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지낸 것 외에는 정치적 경력이 전무했지만 경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4위에 그쳤다.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성소수자 장관인 그는 낙태권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로부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제치고 가장 많은 지원 요청을 받으며 정치적 인기를 실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중반대에 머무는데다 최근에는 부통령 시절 기밀 문서 유출 혐의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2024년 대선에 부티지지를 후보로 내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티지지가 나서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치고 공화당 후보로 지명될 것이 유력한 롤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40대 후보 간 대결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티지지를 일부러 정치적 업적을 쌓기 힘든 교통부 장관 자리에 앉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1조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법이 통과된 만큼 부티지지 장관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초당적 인프라법은 전국 4000개 이상의 지역 사회에 영향력을 주는 69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래의 백악관 경쟁자(부티지지 장관)에 대해 보낸 일종의 지원”이라고 평가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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