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에 폰 버렸다’ 유동규 배우자, 징역형 집행유예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한수빈 기자

검찰의 대장동 비리 수사가 시작되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부탁을 받고 그의 휴대전화를 폐기한 사실혼 배우자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12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검찰이 구형한 벌금 200만원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중요한 증거 자료가 저장됐을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를 인멸해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적절한 형사사법권 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유 전 본부장이 처벌받을 가능성을 충분히 알면서도 휴대전화를 폐기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구속되더라도 기다리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점, 자신의 휴대전화로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와 여러 차례 통화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A씨는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가 형사사건에서 증거로 쓰일 줄 몰랐으며, 짐을 버려달라는 유 전 본부장의 부탁에 휴대전화를 함께 버린 것뿐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사실혼 관계에 있는 유 전 본부장을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 일부를 수사기관이 확보할 수 있도록 협조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2021년 9월 검찰이 유 전 본부장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기 직전 유 전 본부장 연락을 받고 보관 중이던 그의 휴대전화를 부순 뒤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혐의를 받았다. A씨는 당초 “결별 요구에 화가 나 휴대전화를 부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된 뒤 검찰에서 “휴대전화 인멸을 A씨에게 지시했다”고 자백했고, A씨도 뒤이어 입장을 번복하고 혐의를 인정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