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이 무엇일까 … 액션보다 철학 앞세운 SF영화

고보현 기자(hyunkob@mk.co.kr) 2023. 1.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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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영화 '정이' 20일 공개
故 강수연 첫 SF이자 유작
김현주, 전투AI 용병 열연
기후변화로 지구 떠난 인류
인간복제 난무한 미래 그려
오는 2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SF영화 '정이'에서 배우 고(故) 강수연(왼쪽)과 김현주가 연기하는 장면. 【사진 제공=넷플릭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과 로봇의 경계는 누가 결정짓는가. 사람의 기억을 학습한 전투로봇과 공감능력을 잃어버린 인류 중 진정한 인간성은 어느 쪽에 있는 것일까.

2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정이'는 이 같은 질문을 관객에게 끊임없이 던진다. 영화 '부산행' '반도' '지옥'의 연상호 감독이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지난해 5월 하늘의 별이 된 배우 강수연의 첫 SF장르 도전이자 유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배우 김현주가 한국인에게 친숙한 '정이'라는 이름의 사이보그 용병을, 배우 류경수가 전투 AI(인공지능)연구소장을 맡았다.

이상기후로 지구를 탈출한 인류는 연합군과 독자 세력으로 갈라져 40년 넘는 내전을 이어온다. 세계적인 전쟁 영웅으로 불렸던 용병 '정이'는 마지막 작전에 실패해 식물인간이 됐다. 후대는 그의 뇌를 복제해 끈질기고 충성심이 강한 전투형 AI로 개발하기 위해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시도한다. 이제는 화면에서만 만날 수 있게 된 배우 강수연은 크로노이드연구소에서 모친의 개발을 성공시키려는 팀장 '윤서현' 역을 맡았다. 총을 들고 전투복을 입은 채 재투성이 얼굴이 된 김현주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새롭다.

영화에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인간성을 잃어가는 사람과 고통과 분노, 실망감 등의 감정을 알아가는 AI가 대조를 이룬다. 22세기의 인간 복제 기술이 자본주의에 따라 차등적으로 나눠질 것이라고 예상한 감독의 설정도 흥미롭다. 영화 속 의료진은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세 가지 복제술 중 선택을 하라고 권한다. 결혼과 거주 이동의 자유가 있는 A타입은 가장 비용이 높고,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무수히 복제를 당해 인격체 대우를 받지 못하는 C타입은 가장 저렴한 형식이다.

액션신이 난무하는 블록버스터라기보단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정적인 작품이다. 다만 개연성이 부족하고 일부 전개가 서투른 점은 아쉽다.

개봉된 영화의 처음과 끝에는 세상을 떠난 강수연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다. 12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연 감독은 "강 선배가 '정이'를 이 자리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함께 촬영한 배우들은 대선배를 떠올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현주는 "선배님과 연기를 '내가 할 수 있나'라는 생각에 겁을 냈지만 현장에선 누구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동료였다"고 고개를 떨궜다. 영화의 엔딩크레디트에는 '고인을 기억하겠다'는 추모글이 적혀 있다. 이에 화답하듯 강수연은 생전 인터뷰 영상에서 "가장 한국적인 SF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던 연상호 감독의 말이 인상적이었다"며 "우리 '정이'가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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