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가 이불처럼 세계서 통할 韓 작가 발굴"
제이디 차·정희민·한선우
젊은 여성 작가 3명 전시
40년전 바스키아 전시 열며
유럽 대표 화랑으로 성장
2년 전 한남동에 분점 오픈
강렬하다. 조형언어가 선명한 작가 제이디 차(40), 정희민(36), 한선우(29)의 단체전 '지금 우리의 신화(Myths of Our Time)'의 첫 인상이다. 젊은 작가들이 발산하는 강한 에너지가 한겨울 추위도 녹이는 듯하다.
오스트리아에서 출발한 유럽 대표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이 2021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서울점을 연 지 불과 1년 반 만에 한국 작가 3인의 전시를 지난 6일 개막해 다음달 25일까지 펼친다. 한남동 서울 지점에서 만난 타데우스 로팍 대표(63)는 "서울점을 열기 전부터 연 6회 전시 중 1회는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기로 계획했다"며 "한국 DNA를 흡수하고 우리도 이곳에 영향을 줘서 세계 시장에 선보일 작가를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5년여 전부터 한국 작가들 작업실을 찾아왔던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로팍 아시아팀 주도로 1차적으로 50명가량을 추렸다. 지난해 9월 프리즈 서울 기간에도 시간을 쪼개 작가들을 만나는 등 직접 방문한 작업실만 25곳에 달한다. 로팍 대표는 "마지막에 남자 화가가 빠지면서 여자 작가만 3명이 됐는데 배경이나 선입견 없이 국제적으로 조형언어가 통할 만한 이들 중심으로 선정한 후에 이들을 아우를 만한 전시 주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계 한국인인 제이디 차를 가장 먼저 낙점했다. 오방색을 닮은 선명한 빛깔과 민화적 이미지, 자수 등 전통 기법이 특징적인 그는 현재 런던 화이트채플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등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로팍 대표는 "서구문화에서 성장해 디아스포라(고국을 떠난 이주자) 경험을 가진 한국 혈통의 작가가 한국을 외부 시선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흥미롭다"며 "회화와 조각, 설치 등 다채로운 표현 방식에서 역량 있는 작가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희민 작품을 보고 1970년대 프랑스에서 표면과 구조를 연구하는 쉬포르 쉬르파스(Support-Surface) 예술운동을 떠올렸다"면서 "조형언어를 쌓아가는 방식 등 작업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한국에서 성장한 정 작가는 지난해 페이스갤러리 단체전은 물론 부산 비엔날레 등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체된 신체와 임플란트 등 신체의 한계를 보조하는 기계적 장치를 소재로 초현실주의적 기법으로 현대사회를 다루는 한선우에 대해 "강렬한 이미지가 작품을 끌고 와 대형 구상화의 힘이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로팍 대표는 "전혀 다른 작가들을 모았는데 전날 전시장을 먼저 확인하고 무척 행복했다"며 "국제적인 갤러리로서 우리 스펙트럼을 넓혀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고, 전시 반응을 보고 (전속계약 등) 다음 단계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안젤름 키퍼, 도널드 저드, 알렉스 카츠 등 거장들을 전속으로 거느리고 있지만 런던과 파리 등으로 확장하며 아드리안 게니, 엘리자베스 페이턴, 올리버 비어, 레이철 로즈 등 젊은 작가진도 강화했다. 전속 작가로 한국인은 이불이 유일하나, 과거 이우환과 문경원도 유럽에서 소개한 바 있다.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는 갤러리 창업자인 그는 1980년대 뉴욕에서 무명의 장미셸 바스키아를 만나 그의 생전에 세 번 전시를 열었을 정도로 주요 화상으로 거론된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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