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산불 한전 관계자 항소심서도 무죄…이재민 강력 반발

법원 "주의의무 위반 증명 안돼"
비대위 “받아들일 수 없다”

2019년 발생한 강원 ‘고성 산불’과 관련해 기소된 전·현직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들에 대해 11일 항소심 법원에서도 1심과 같은 전원 무죄선고를 내리자 ‘4·4산불비상대책위원회’가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아직도 이재민 수천명이 삶의 터전을 원상복구 하지 못한 채 길바닥에 나앉아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닙니까!(4·4산불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2019년 4월 강원 고성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관련해 업무상 실화 혐의로 기소됐던 전·현직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들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무죄(본지 2022년 3월4일자 5면 보도)를 선고받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결국 산불이 인재가 아닌 자연재해로 결론 나면서 역대급 산림·재산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사실상 누구도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된 상황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황승태)는 11일 열린 고성 산불 관련자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인으로 기소된 전·현직 한전 직원 7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전신주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져 산불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유죄(업무상 과실)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선이 90도로 꺾여 있었다고 인정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한전이 아닌 직원 개개인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조심해야 하며, 전문가의 진술과 증언, 관련 자료 등을 종합할 때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수긍이 된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

선고 직후 이재민들로 구성된 4·4산불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김경혁)는 강력히 반발했다. 김경혁 위원장은 “하자는 인정되는데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검찰에 상고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운용 비대위 주택분과위원장도 “가해자가 없는 모순된 심판이며 이에 따라 수많은 이재민이 상처받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검찰은 한전이 전신주를 방만하게 관리해 전선이 끊어지면서 발생한 아크가 인근 나무 등에 옮겨붙어 산불이 났다고 인과관계를 주장하며 지난 1년여간 법정 다툼을 이어왔다. 또 지난해 11월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한전 직원들에게 최고 징역 1년 6월을 구형한 바 있다.

춘천=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