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팀 '대한미국인' 에드먼 "한국어 공부 시작!"
"치열한 라이벌전 재미있어…한일전 기대"
(서울=연합뉴스) 유지호 이대호 기자 =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한국 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할 '외국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인 에드먼의 국적은 미국이지만, 어머니가 재미교포 출신이라 WBC의 느슨한 국적 적용 덕분에 한국 야구대표팀에 승선했다.
이른바 '대한미국(대한민국+미국)인'인 셈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최고 수준의 2루수 수비를 자랑하는 에드먼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어 실력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한국어를 배우려고 강좌를 듣기 시작했고, 특히 한국 야구 용어를 배우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30인의 WBC 최종 엔트리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못하는 그는 2021년까지 함께 뛰었던 김광현(35·SSG 랜더스)과 재회를 기대한다.
김광현을 당시 별명인 'KK'라고 부른 에드먼은 "그와 노는 게 좋았다. 재미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였고,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고 떠올리며 "KK와 함께 뛸 때 한국어를 조금 하려고 했었다. 이번에 강좌를 재개하기를 기대한다. 적응을 위해 많은 도움을 얻겠다"고 했다.
최지만(32·피츠버그 파이리츠)과 인연도 있다.
최지만이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이던 지난해, 에드먼은 탬파베이전에서 출루에 성공해 1루수 최지만과 만났다.
"1루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 떠올린 에드먼은 "함께 뛸 기회를 얻었으니, 내게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가르쳐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드먼이 한국 국가대표로 뛸 수 있다는 걸 인지한 건 지난해 여름이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은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계 선수와 차례대로 접촉해 WBC 출전 의사를 타진했다.
에드먼은 "어머니가 한국 여권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한국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여러 과정을 거쳐 최종 엔트리에 선발돼 기쁘다"고 했다.
에드먼의 풀네임은 토머스 '현수' 에드먼이다.
그의 뿌리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미들네임에 한국 이름이 들어갔다.
에드먼은 "WBC 한국 대표팀 발탁에 부모님께서 기뻐하셨다. 한국을 대표할 수 있어서다. 한국의 동료들과 경기하고, 훌륭한 선수들을 만날 수 있어서 흥분된다"고 했다.
에드먼의 합류로 한국 야구대표팀은 출전국 가운데 가장 수비가 뛰어난 키스톤 콤비를 갖추게 됐다.
2루가 주 포지션인 에드먼은 MLB에서 포지션별 가장 뛰어난 수비수에게 주는 골드글러브를 2021년에 차지했다.
여기에 유격수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아시아 출신 내야수 가운데 처음으로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렸다.
에드먼은 "정말 훌륭한 수비수다. 김하성과 함께 호흡을 맞춰서 기쁘다"면서 "더블 플레이를 합작하는 건 재미있을 것 같다. WBC 출전국 가운데 (키스톤 콤비는) 최고 수준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에드먼의 능력은 수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양쪽 타석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스위치 히터인 그는 타격과 주루까지 수준급이다.
데뷔 첫해인 2019년에는 타율 0.304에 홈런 11개, 15도루로 활약했고, 올해는 타율 0.265, 13홈런, 32도루로 세인트루이스 주전 1번 타자 자리를 꿰찼다.
에드먼은 "대표팀에서는 중심 타자를 위해 출루에 집중할 것이다. 도루도 자신 있다. 한국을 위해 많은 득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에드먼이 WBC에서 기대하는 또 하나는 한일전이다.
세인트루이스 소속인 에드먼은 같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소속인 시카고 컵스와 라이벌전은 많이 치러봤어도, 국가 대항전은 처음이다.
한국은 3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WBC 1라운드 맞대결을 벌인다.
에드먼은 "치열한 라이벌전에 뛰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실제로 경기에 뛴다면 (한일전의 무게를) 훨씬 더 잘 이해할 거라고 확신한다"며 "세인트루이스와 컵스의 경기처럼, 한국과 일본의 경기도 매우 강렬하고 에너지가 넘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계 선수인 세인트루이스 팀 동료인 외야수 라스 눗바(26)는 이번에 일본 대표팀에 합류했다.
한일전에 '1년 내내 놀릴 권리'를 서로 걸었다는 에드먼은 "좋은 친구인 우리가 상대 선수로 만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한일전에서 이기면) 시즌 동안 놀릴 것"이라고 즐거워했다.
최근 국제대회 성적 부진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 야구는 이번 WBC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고자 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 야구의 일원이 되는 에드먼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분위기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고, 목표로 삼은 4강 진출에 일조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되고 싶다"면서 "부담은 없다. 그저 나라를 대표해 뛰는 게 즐거울 뿐"이라고 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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