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의 손준성 압색 적법’ 판결한 원심... 대법 “다시 재판하라”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압수 수색 절차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12일 손 검사에 대한 공수처의 압수 수색이 적법했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손 검사는 ‘고발 사주’ 의혹 사건 관련 2021년 두 차례 공수처로부터 압수 수색을 당했다. 공수처는 손 검사의 자택과 사무실, 대검찰청 감찰부와 수사정보담당관실, 정보통신과 등을 압수 수색했다. 이에 대해 손 검사 측은 “공수처의 압수 수색은 피의자 참여를 위한 통지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피의자나 변호인의 참여권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이뤄져 위법하다”며 법원에 준항고를 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위법한 압수 수색이라 보기 어렵다”며 손 검사 측 준항고를 기각했고, 손 검사 측은 재항고를 해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해왔다. 당시 법원이 손 검사의 준항고를 기각한 사유 중엔 손 검사 측이 위법한 압수 수색을 했다는 공수처 검사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손 검사 측이 압수 수색 참여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압수 수색에 참여한 검사 등을 특정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나 (대검찰청 등) 제3자가 보관하고 있는 전자 정보에 대해 압수 수색을 하면서 실질적인 피압수자이자 피의자인 손 검사에게 통지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수사처 검사에 대해 2021년 12월 13일과 2022년 1월 19일 거듭 손 검사를 피의자로 한 압수 수색 처분의 내역을 제출하도록 석명하였지만, 수사처 검사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원심 결정 전 2022년 5월 4일 ‘고발 사주’ 의혹 사건으로 공수처는 손 검사를 기소했다”고 했다.
대법원은 “본안 사건(고발 사주 의혹 사건) 수사 기록 목록을 보면, 손 검사 측 주장처럼 수사처와 서울중앙지검이 손 검사를 상대로 집행한 압수 수색 영장 내역이 여럿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위나 전후 사정을 보면, 원심으로서는 공수처 측의 석명과 동시에 본안 사건의 진행 경과를 지켜보면서 손 검사 측에게 수사기록 목록 등과 같은 압수 수색 영장 집행 관련 자료들을 확보해 원심에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었는데 원심은 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준항고 절차가 수사기관의 압수 수색 영장 집행에 대한 법원의 사후 통제 수단, 피압수자의 신속한 구제 절차로서 실효성 있게 운용될 수 있도록 법원이 어떻게 심리를 해야하는 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최초의 판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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