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5000억 체납한 ‘참깨왕’, 세금 받아낼 방법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관세를 가장 많이 체납하고 있는 사람은 참깨 수입업자인 장모(67)씨입니다. 무려 4483억원을 체납하고 있습니다. 관세청이 작년 말 공개한 고액·상습 관세 체납자 249명 명단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2019년부터 4년째 부동의 1위입니다. 장씨의 동업자 4명도 각각 수십억~수백억원을 체납해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관세청은 “체납 세금을 받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기가 찰 노릇입니다.
장씨 등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바지사장을 내세워 저세율(40%)로 참깨를 수입했습니다. 참깨는 국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량 이상 수입할 때 고세율(630%)을 무는데, 장씨 일당은 이를 피하기 위해 제3자 이름으로 저세율 수입권을 부정하게 낙찰받아 수입하는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관세청은 2013년 장씨 등을 적발해 고세율 관세와 가산세 등을 부과했습니다. 이들은 소송까지 내면서 불복했지만, 결국 패소해 고세율의 세금을 물게 됐습니다. 이렇게 부과된 체납액을 합치면 5653억원입니다. 고액·상습 관세 체납자의 전체 체납액(1조7억원)의 절반을 넘습니다.
관세청 직원들 사이에서 장씨는 유명 인사입니다. 체납추적팀이 2020년 장씨 거주지에 잠복해 기습 작전을 벌여 옷장 안에 숨겨둔 1200만원의 현금과 수표를 찾는 등 그간 23억원을 압류했습니다. 이들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나머지 세금은 내지 않고 있습니다. 관세청은 “압류할 재산이 없어 체납액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라며 “뾰족한 수가 없어 답답하다”고 합니다. 벌금형의 경우 벌금을 내지 않으면 강제 노역을 해야 하지만, 세금 체납만으로는 노역도 시킬 수 없다고 합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고의적으로 재산을 숨긴 경우 관세법상 면탈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의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고, 재산을 제3자에게 넘긴 정황이 확인돼도, 세금 추징을 피하기 위한 행위라고 입증하기가 어렵답니다.
하지만 5000억원이 넘는 관세를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장씨와 동업자 등 5명을 이대로 둬도 되는 걸까요? 관세청이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면 올해 말에도 이들의 이름을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 맨 위에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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