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200만원’ 목표 공언한 SK...‘CEO 성과에 주가 반영’ 한다는데 갈 길 멀어
2021년 대비 주가 47% 하락
“2025년, 주가 200만원 시대를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겠습니다.”
SK그룹의 투자형 대표 지주사 SK㈜의 대표이사인 장동현 부회장이 2021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유튜브 채널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밝힌 말이다. 국내 대기업 지주사가 ‘전문가치 투자자’로 나서는 건 SK가 최초였다. 2021년 1월 한때 SK 주가는 36만원대에 달했지만, 올 들어 19만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주가 200만원’은 지금보다 10배 이상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목표다. SK의 주주 친화 노력에도 목표한 주가는 커녕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자,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 1월 29일 SK 주가는 36만500원(최고가)을 찍었지만, 올해 1월 12일 기준 19만500원까지 하락했다. 주가는 약 47% 빠졌다.
SK가 첨단소재·바이오·그린·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면 개편하면서 목표로 한 시가총액(시총)은 140조원이었다. 2021년 미래 혁신 성장 전략을 발표한 시기 SK 시가총액은 18조8566억원이었다. 현재 SK의 시총은 코스피 22위로 당시보다 4조원 이상 내려간 14조1625억원이다.
주가 하락폭이 커지자, SK는 특단의 조치를 내세웠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것이다. SK는 이사화를 열고 지난 8월 자사주 2000억원어치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발표 이후 현재까지 목표한 자사주의 약 88%를 취득했다. 올해 3월에는 이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SK는 당시 “기업공개(IPO) 등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한 이익을 재원으로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의 이 같은 주가 부양 의지에도 여전히 갈 길은 멀다. SK의 주가는 1년 전에 비해서 21%나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의 따른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주식시장 불황을 감안하더라도, 주가 하락폭이 크다는 지적이다. 바이오·첨단소재 등 유망한 산업을 키우고 수소 등 친환경 사업 부문을 확장하면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주주환원 수단인 자사주 소각 처분 비율이, 주주 기대치보다는 낮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SK는 발행주식의 24%를 자기주식으로 보유 중인데, 보유 자사주를 소각하면 자본이 줄어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높아진다. SK는 새로 사들인 자사주만 소각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라이프자산운용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SK가 보유한 자기 주식의 10%에 해당하는 4600억원 규모의 180만주 소각을 요구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업 가치 대비 지나치게 목표주가를 높게 잡은 것도 주주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은 “회사가 신사업 추진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목표가도 높게 잡을 수 있으나, 시장의 판단과 괴리감이 클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투자자의 기대치를 높였다면, 거기에 걸맞은 자사주 추가 소각 및 신사업 성장 의지 등의 행보를 통해 납득할 만한 주가를 만드는 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뿐 아니라 SK 계열사 주가 급락에 따라 그룹 내부에서도 주가 부양을 위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SK그룹의 상장 계열사(공정거래위원회 기준 20개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시총)은 지난해 80조원 넘게 사라졌다. 그룹의 SK하이닉스·SK아이이테크놀로지·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SK이노베이션 상장 계열사는 1년 전보다 주가가 40~70% 하락했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SK 계열사 CEO 평가를 주가에 반영키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장단 경영평가(KPI)에서 주가가 차지하는 평가 기준을 기존에 30%에서 최소 50% 이상으로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2017년부터 사장단 KPI에 주가 부양을 반영했다. 최태원 회장은 서울대에서 강연자로 나서 “기업 가치는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제시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추진할 의지와 역량을 주주가 신뢰할 때만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SK그룹 계열사의 사장단들은 기업 가치를 올리고, 주가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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