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재명 '데이트폭력' 발언, 유족 추모 감정 침해 아냐"

박준규 2023. 1. 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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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카 살인사건을 '데이트폭력 중범죄'로 지칭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살인사건을 '데이트폭력 중범죄'로 규정한 것은 ①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이고 ②딸과 부인에 대한 자신의 추모 감정까지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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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아버지 1억 원 손해배상 청구 기각
"피해 축소·왜곡해 허위사실 적시한 것 아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2023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카 살인사건을 '데이트폭력 중범죄'로 지칭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허위사실을 적시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유족의 추모 감정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이유형 부장판사는 12일 이 대표 조카 살인사건 피해자 아버지인 A씨가 이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소송 비용도 모두 A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 대표 조카는 2006년 5월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결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하고, A씨까지 살해하려다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힌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 조카의 1·2심 변호를 맡았고,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조카 변호 이력이 재조명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는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일가 중 한 명이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 돼 일가에서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 글에서 데이트폭력에 대한 가중처벌과 피해자 보호 조처 검토도 언급했다.

A씨는 이 대표 발언을 문제 삼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대표가 살인사건을 '데이트폭력 중범죄'로 규정한 것은 ①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이고 ②딸과 부인에 대한 자신의 추모 감정까지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취지였다. 이 대표 측은 그러나 "'데이트폭력 중범죄'는 한때 연인 사이였던 남녀 사이에 발생하는 폭력행위를 축약한 것"이라며 "심각한 중대범죄라고 인정했다"고 맞섰다.

법원은 이 대표 손을 들어줬다. 데이트폭력은 연인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폭력행위를 포괄해 표현하는 용어이고, 이 대표의 SNS 글 취지를 비춰보면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유형 부장판사는 "A씨 측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대표 게시글이 조카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를 축소·왜곡하는 등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망한 피해자들에 대한 A씨의 추모 감정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 측은 "즉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표가 당시 SNS에 올렸던 글
어제 밤 양주시에서 최근에 발생한 데이트폭력 피해자 유가족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창졸간에 가버린 외동딸을 가슴에 묻은 두 분 부모님의 고통을 헤아릴 길이 없었습니다.

제게도 아픈 과거가 있어 더욱 마음 무거운 자리였습니다. 제 일가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정치인이 된 후여서 많이 망설여졌지만 회피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데이트폭력은 모두를 불행에 빠뜨리고 처참히 망가뜨리는 중범죄입니다. 제게도 이 사건은 평생 지우지 못할 고통스런 기억입니다. 어떤 말로도 피해자와 유족들의 상처가 아물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는 우리 사회에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데이트폭력은 증가할 뿐만 아니라 더 흉포화하고 있습니다. 한때 가까웠던 사이라는 것은 책임가중사유이지 책임감경사유는 아닙니다. 피해예방을 위한 교육 등 사전방지조치와 가해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은 물론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별한 조치가 검토되어야 합니다. 여성과 사회적 약자, 나아가 모든 국민이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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