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명품 감정위원의 픽…이렇게 아름다운 고미술

2023. 1. 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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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은 작지만 속이 옹골찬 것을 뜻하는 접두사다.

"무릎도 안 좋은데 무거운 것을 끌고 왔다"며 역정을 냈지만 아이를 낳고 안방에 자리잡은 알반닫이는 배냇저고리와 기저귀를 담아두는 애틋하고 사랑스런 공간이 됐다.

가나문화재단은 '진품명품'의 감정위원 양의숙 대표의 책 '진품 고미술 명품 이야기'를 출판하고, 이를 기념하는 전시 '진품 고미술 명품 이야기'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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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문화재단 양의숙 ‘진품 고미술 명품 이야기’출간
책에 나온 뒤주, 담배합, 약과판 등 가나아트서 전시
“나도 가품 구매한 적 있어…싸고 좋은 건 없다는 가르침”
KBS 'TV쇼 진품명품' 감정위원으로 유명한 양의숙 예나르 대표가 '진품 고미술 명품 이야기'를 출간하고 기념전을 열었다. 양 대표는 전문가의 설명에 작품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여정이 담긴 개인사와 에피소드를 담아 책을 썼다고 했다. 사진은 서안을 설명하고 있는 양대표. 그는 "소박하고 단촐하지만 품위가 있다. 가난한 선비가 아끼던 기물이 아니었을까"하고 추정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알’은 작지만 속이 옹골찬 것을 뜻하는 접두사다. ‘알반닫이’는 반닫이보다 작지만, 본래의 역할을 다하는 가구를 이른다. 귀여운 맛은 덤이다. KBS ‘TV쇼 진품명품’의 감정위원으로 유명한 양의숙 예나르 대표가 애지중지하는 이 반닫이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45년 전, 첫째 딸이 태어날 당시 친정어머니가 제주에서 상경하면서 가지고 오셨던 고가구다. “무릎도 안 좋은데 무거운 것을 끌고 왔다”며 역정을 냈지만 아이를 낳고 안방에 자리잡은 알반닫이는 배냇저고리와 기저귀를 담아두는 애틋하고 사랑스런 공간이 됐다. 전시장에서 만난 양 대표는 “개인적 이야기가 담긴 물건이라 값을 매길 수 없는 고가구”라고 설명하며 눈을 떼지 못했다.

가나문화재단은 ‘진품명품’의 감정위원 양의숙 대표의 책 ‘진품 고미술 명품 이야기’를 출판하고, 이를 기념하는 전시 ‘진품 고미술 명품 이야기’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가나문화재단은 지난 2014년부터 ‘문화 동네 숨은 고수들’이라는 제목으로 현직에서 오랜기간 활동하며 전문성을 입증한 이들의 활약상을 정리해 출간하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 서적은 고미술상 홍기대의 ‘조선백자와 80년’, 표구장 이효우의 ‘풀 바르며 산 세월’, 수집가 김용원의 ‘구름의 마음 돌 의 얼굴’에 이은 네번째 출판이다.

제주 알반닫이, 조선 19세기, 나무에 무쇠장석, 53.5×28.5×36(h)cm [가나문화재단 제공]

전시작 하나 하나에 이야기가 담겨있다. 처음으로 구입한 전통 목가구였던 ‘너말들이 뒤주’는 정확한 계량덕에 사기꾼을 막아주었고, 생김새가 당당하고 묵직한 담배합은 한국 고미술을 전문적으로 수집하던 미국인 컬렉터 로버트 무어에게서 구입했다. 평안도 박천 지방의 담배합을 만나고서야 우리 반쪽이 북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품명품에서 만난 약과판은 시간이 지나 다시 자신에게 돌아왔고, 우연히 만난 제주 문자도는 기존의 정형화한 틀에서 훌쩍 벗어난 일탈과 파격의 미가 더할나위없이 현대적 미가 넘친다. ‘장성한 아들이 돌아온듯’했다는 삼층화초장은 우여곡절 끝 미국에서 다시 한국으로 귀향한 가구다. 몸 전체에 흑칠과 옻칠, 문판에는 꽃그림이 아름답다.

전시품 중 양 대표가 가장 아끼는 것은 염주함이다. 고려말 혹은 조선초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염주함은 도넛 모양처럼 생겼다. 염주를 둥글게 담아서 보관할 수 있도록 뒷면엔 경첩이, 앞면엔 얇은 잠금장치가 달려있다. 못이 없이도 금속장식을 달았는데, 못을 속에 박고 옻칠로 고정한 전형적인 고려시대 제작방식을 따랐다. “유물을 만날때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 가지고 있던 모든 금붙이를 다 털어 구매했다. 어떤 마음으로 만들고 또 사용했을까 생각하면 가격은 잊게 된다”

염주함, 여말선초, 행자나무, 19×19.5×5(h)cm [가나문화재단 제공]

고미술품을 컬렉션 할 때 가장 행복한 때는 “어줍지 않은 유물이 다가와 내 것이 되었을 때”다. 그 희열이 한참 간다고 그는 말한다. “조상이 쓰던 물건을 내 손때 묻게 닦으면서 나의 기운을 넣고 다시 후손들에게 전해주고 이러면서 고미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알면 좋겠다”

그러나 가품(假品)은 고미술품을 접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나도 가짜를 구매한 적이 있다. 선물로 산 것인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가품인걸 알게됐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가짜는 더 이쁘게 보인다”는 양 대표는 “싸고 좋은 것은 없다. 100만원짜리를 50만원에 사려고 하는게 위험이다”고 지적했다. ‘믿을만한 상인과 거래를 하고, 컬렉터가 스스로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김형국 가나아트문화재단 이사장은 “한국문화정수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양 대표의 평생에 걸친 배움이 곁들여진, 아름다움을 찾는 여정이 그대로 담긴 전시”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1월 29일까지.

담배합, 조선 19세기, 무쇠와 금, 은, 구리, 15×15×9(h)cm [가나문화재단 제공]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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