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4만달러, 노조가 바뀌어야 갈 수 있다"

세종=유선일 기자 2023. 1. 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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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4만달러 시대의 열쇠 '노조 혁신'②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노동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를 공정과 법치의 노동개혁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는 기업의 힘만으론 갈 수 없다. 노조의 탈법적 몽니가 횡행한 나라에 국내외 어떤 기업이 마음놓고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뿐 아니라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도 함께 고민할 때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01.11.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가 2027년까지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5대 부문(연금·노동·교육·금융·서비스)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1순위로 꼽은 것이 노동개혁이다. 거대 노동조합의 잦은 불법 파업에 따른 천문학적 규모의 경제적 손실과 외국인 투자 저해, 투쟁적 노사 문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저하를 고려하면 노동개혁은 4만달러 시대의 전제조건이란 평가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3만5373달러(4048만원)에 달했다. 한국의 1인당 GNI는 지난 2017년 3만1734달러로 처음 3만달러대에 진입했는데 지난 4년 동안 4000달러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당정은 지난해 말 '2023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7년까지 1인당 GNI를 4만달러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2021년(3만5373달러)을 기준으로 할 때 향후 6년 동안 1인당 GNI를 약 5000달러 늘리겠다는 의미다.

당정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금·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가장 먼저 노동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며 우선순위가 노동개혁에 있음을 강조했다.

정부는 거대 노동조합의 잦은 불법 파업 등 이른바 '불합리한 노동관행'이 우리 경제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지난해 금속노조의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불법 점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에 강경하게 대응한 것도 이런 인식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63개 시민사회종교단체가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화물연대 탄압 중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기, 전면확대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2.12.13.

실제로 우리나라에선 매년 노동계의 파업으로 막대한 경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6월과 11~12월 있었던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따른 직·간접 경제 손실액이 10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생산·출하 차질에 따른 직접적 피해액과 수출·투자 등에 미친 간접 피해액을 모두 고려한 수치다. 전주용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등은 지난 2019년 펴낸 '리츠-스폴딩(Ritz-Spaulding) 투입산출모형을 활용한 화물연대 파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에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연간 60조4058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잦은 불법 파업이 외국인 투자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0년 한국경제연구원이 외부 기관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총 138개 주한외국기업 중 54.3%가 한국의 노사 관계가 외국인 투자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노조가 개선해야 할 관행으로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투쟁적 노조활동(46.4%) △상급 노동단체와 연계한 정치적 파업(30.4%) 등을 꼽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외국인 투자를 가장 저해하고 주저하게 만든 것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노동시장의 법치주의, 준법성이 확립되지 않는 것"이라며 "(노조의) 법 위반은 국가가 확실하게 지켜줘야 투자자가 예측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고 지난 1년 동안 미흡하지만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노사 문제 해결 방식을 갈등·투쟁이 아닌 대화·타협 중심으로 전환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등 노사 문화 전반을 개선해야 총요소생산성(TFP) 제고를 통한 경제 성장, 나아가 1인당 GNI 4만달러 달성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TFP는 총생산에서 노동·자본의 직접적 기여분을 제외한 나머지 생산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통상적으로 한 나라의 경제 효율성, 성장잠재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자본·노동을 제외한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TFP로 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TFP 증가율(전년대비)은 2017년 2.6%, 2018년 2.3%, 2019년 1.2%, 2020년 0.7%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합법적인 파업은 당연히 보장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불법 파업이 많아서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노동생산성을 높이려면 결국 개혁을 해야 하고 이는 곧 법치대로 가면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원리·원칙을 확립해야 근로자 간 소득 불평등 해소 등도 가능하다"며 "다만 정부는 합법적인 부분까지 제재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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