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 꽉 잡은 尹…'K-컬처' 띄우자 카카오엔터, 1.2조원 투자유치 쾌거
전세계 '돈 가뭄' 속 국내 콘텐츠 기업 역대 최대 규모 투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오현주 기자 = "국제적 명성이 높은 글로벌 펀드가 K-콘텐츠 기업에 투자를 결정한 것은 K-컬처의 위상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한 결과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 간 한-사우디 정상회담에 따른 외교 성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웹툰'으로 전세계 콘텐츠 업계에 신예로 떠오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약 1조2000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의 글로벌 투자 유치에 성공하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밝힌 말이다.
윤석열 정부가 콘텐츠 중심의 '소프트 파워'에 힘을 쏟자 K-콘텐츠의 수출확대를 지원하고 날개를 달아주겠다는 정책 청사진에 화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대표 기업으로 새해 벽두부터 조단위 투자유치라는 낭보를 전하자 업계 안팎의 기대가 크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2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THE PUBLIC INVESTMENT FUND·PIF)와 기타 해외 국부 펀드 '피랩인베스트먼트'(PWARP INVESTMENT)으로부터 1조2000억원가량을 투자 받았다고 밝혔다.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 이끄는 PIF 국부펀드, 카카오엔터에 6000억원 통큰 투자
두 펀드는 각각 6000억원씩 투자를 했다. 여기서 'PIF'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로 유명하다. 또 '피랩인베스트먼트'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의 국부 펀드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 유치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이뤄진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투자액 역시 엄청나다. 국내 콘텐츠 기업의 역대 해외 투자 유치 사례 중 최대 규모이며, 카카오 계열사 내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거버넌스총괄 수석부사장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임에도, 유수의 국부펀드 등 해외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에서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는 10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대규모 글로벌 투자 유치가 카카오엔터만의 △K-스토리 △미디어 △뮤직(음악) 부문 등 콘텐츠 IP(지식재산권) 밸류체인 생태계가 통한 결과로 본다.
실제로 카카오엔터는 △1만여개의 웹툰과 웹소설등 오리지널 스토리 IP △7만여곡의 음원 라이브러리 △음악과 영상 콘텐츠의 기획·제작 역량 △글로벌 유통 능력 등을 갖추고 있다.
◇업계 "카카오 'K-콘텐츠 생태계' 강화와 정부 '콘텐츠 육성' 의지 결과"
정부가 사우디를 대상으로 카카오의 'K-콘텐츠' 위상에 힘을 불어넣은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박 장관이 언급했듯,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국·사우디 정상회담에서 빈살만 왕세자와 K-콘텐츠 수출과 관련해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도 한류 콘텐츠의 사우디 수출에 대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가 K콘텐츠에 엄청나게 열광을 한다"며 "사우디는 술도 못하고, 야간에는 어디 돌아다닐 수 없다. 밤에 휴대폰 보고 누워서 계속 콘텐츠 보며 세계에서 아주 콘텐츠 수요가 제일 많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투자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사우디 국부펀드의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1971년에 설립된 뒤 총자산이 6200억달러(약 841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인데, 최근 석유 위주의 산업 구조에서 탈피하고자 게임·정보기술(IT) 등 최첨단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해 '3N' 게임사 중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총 3조5000억원을 투자해 각각 2대 주주로 올랐는데, 이제는 'K-콘텐츠'에 꽂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투자 유치로 확보한 재원을 △스토리 △미디어 △뮤직 등 각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에 투자해 글로벌 사업의 내실있는 성장을 위한 토대를 갖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부 투자 재원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에도 쓸 예정이다. 다만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의 활용처는 현재 확정된 바 없다.
웹툰이 드라마로, 예능콘텐츠가 웹소설로 확장되는 등 하나의 IP가 다양한 콘텐츠로 진화·확장할 수 있는 IP 밸류체인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타파스, 래디쉬, 우시아월드 3개 플랫폼을 아우르는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북미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해외에 공개되지 않은 국내 인기 IP는 현지화 과정을 거쳐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K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확대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수출을 견인토록한다는 정부의 K-컬처 성장 전략에 발맞춰 카카오가 보유한 디지털 네트워크 노하우와 K-콘텐츠를 융합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리딩 컴퍼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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