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입니다. 실망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존경합니다” 홍명보를 향한 아마노의 안타까운 진심
지난해까지 같은 팀에서 17년 만의 리그 우승을 위해 함께 힘을 합쳤던 감독이 바로 전날 자신을 두고 ‘최악’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전북 현대의 일본인 미드필더 아마노 준(32·전북)이 받은 충격은 엄청난 것처럼 보였다. 그는 ‘충격’, ‘유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정도로 큰 실망감을 보였다. 그래도 여전히 ‘존경’이라는 말을 전하며 안타까운 진심을 드러내보였다.
아마노는 12일 전북 완주의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미디어캠프에서 “지난해 울산 현대 소속으로 전북과 싸우면서 전북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팀의 일원이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마노는 지난해 울산이 17년 만의 리그 우승을 하는데 있어 큰 공을 세웠다. 30경기에 출전해 9골·1도움을 올리며 엄원상(12골·6도움), 레오나르도(11골·4도움), 마틴 아담(9골·4도움) 등과 함께 울산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런 아마노가 1년 후 울산의 라이벌인 전북으로 이적한 것은 신선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홍명보 울산 감독이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아마노가 팀을 옮긴 과정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며 그가 “지금까지 만나본 일본 선수 중에서 최악이었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며 논란이 됐다. 그 과정에서 ‘돈을 보고 이적했다’, ‘거짓말을 했다’는 등 직설적인 비난 표현이 홍 감독에게서 쏟아지며 이날 미디어캠프에서 아마노에게 모든 시선이 쏠렸다.
원래 아마노는 공식 기자회견에 나서지는 않고 대신 취재진 요청에 따라 자유롭게 하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마노의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들이 너무 많아 급작스럽게 아마노의 공식 기자회견이 잡혔다.
아마노는 홍 감독의 발언에 대해 실망이 큰 듯했다. 아마노는 “홍 감독님은 나를 K리그에 데리고 온 은사이자 울산의 17년 만의 우승을 이룬 전우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존경한다”며 “하지만 그런 발언을 언론을 통해 한 것에 대해서는 충격을 받았고, 실망 아닌 실망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거짓말쟁이라고, 돈을 선택해 이적했다고 말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아마노가 밝힌 이적 과정은 이렇다. 아마노는 지난해 여름부터 이미 울산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를 홍 감독, 그리고 같은 일본 출신 코치인 이케다 세이고 코치와 소통했다. 그런데 울산 구단은 아마노에게 정식 제안을 하지 않고 있다가 11월 중순에서야 제안을 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전북이 접촉해 아마노의 마음이 전북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아마노는 “울산은 진심으로 자리를 만든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계약할 생각이 없다고 받아들였다”며 “(홍 감독에게) 울산에 남겠다고 말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북이 정식 오퍼를 하고 하루 뒤에 미팅을 잡았다. 울산 구단과 홍 감독님의 온도 차에 꽤 곤혹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북은 지난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원소속팀인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임대 관련 조정을 마친 상태였다”며 자신이 전북으로 마음을 돌리게 된 배경 또한 밝혔다. 울산이 자신을 붙잡으려 진심으로 노력하지 않다가 막상 전북으로 간다니 급하게 제의를 해왔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어찌됐든 아마노는 전북에 입단했고 이제는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은 울산 선수들, 그리고 홍 감독과 적으로 만나게 됐다. 아마노는 “이 결단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이적했다. 울산전 각오는 됐다”며 “올해는 전북 선수로서 김상식 감독님과 함께 트레블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각오가 남다른건 아마노를 포함한 전북 선수단 전체가 똑같다. 지난 시즌 울산에 빼앗긴 리그 우승을 되찾아오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울산에서 뛰다 지난해 헤르타 베를린(독일)로 이적한 뒤 올해 전북에 입단한 이동준은 “전북 입단 전에 홍 감독님, (이)청용이 형과 통화했다. 다들 내 선택을 존중해준다고 했다”며 “2021년 울산에서 좋은 활약을 했지만, 지금 난 전북 선수다. 원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식 전북 감독 역시 “역시 울산이 우리의 우승 도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올해도 우리와 울산이 경쟁하는 구도가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철저히 준비해서 올해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겠다”고 다짐했다.
완주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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