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서 생산해도 실어나를 배가 없다" 韓르노 XM3, 유럽공장으로 빼앗길 판 [FN 모빌리티]

조은효 2023. 1. 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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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산공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르노코리아가 12일 내수 판매 위축에 대응해 수출 확대에 나섰지만 수출용 자동차 운반선을 구하지 못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르노코리아와 협력업체들은 최근 2년 연속 적자 경영에 물류 문제가 더해지면서 부산공장에 채산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대주주인 프랑스 르노그룹이 르노코리아의 주력수출품인 XM3과 더불어 신규 차종을 유럽공장으로 전환배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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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 협력업체 이례적으로
생존을 위한 호소문 발표
자동차 전용 운반선 확보 어려움에 물류비 증가
1년 새 차 1대 당 100만원 이상 운임료 상승
韓공장 생산 위축, 신규 물량 배정 못받을 경우
고용 위기 현실화 우려 크다
지난해 10월 11일 방한한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이 한국 취재진과 간담회를 하고 잇는 모습. 옆은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사장.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부산공장의 주력 수출품목인 XM3와 매우 유사한 차종의 생산이 이미 유럽공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내년 이후엔 XM3 등 한국 생산물량을 담보할 수 없게 될까 우려된다."(르노코리아 협력업체 관계자)

국내 부산공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르노코리아가 12일 내수 판매 위축에 대응해 수출 확대에 나섰지만 수출용 자동차 운반선을 구하지 못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운임료 자체도 3배 가량 급등했다. 한 마디로, "한국에서 차를 만들어도 정작 해외로 실어나를 배가 없다"는 것이다.

르노코리아와 협력업체들은 최근 2년 연속 적자 경영에 물류 문제가 더해지면서 부산공장에 채산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대주주인 프랑스 르노그룹이 르노코리아의 주력수출품인 XM3과 더불어 신규 차종을 유럽공장으로 전환배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호소했다. 그렇게 될 경우 고용 역시, 유지될 수 없게 된다. 이미 1차 협력업체 몇 곳이 생산 감소로 최근 1~2년 새 폐업, 구조조정을 진행한 상태다. 테슬라 공장을 유치하겠다며 각 지자체가 팔을 걷고 나섰지만, 한국경제에 기여해 온 '집토끼' 르노에 대해선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XM3 E-TECH 하이브리드.르노코리아
르노 코리아 부산공장 작업 모습. 연합뉴스
■테슬라 유치에 앞서 르노가 먼저 아니냐
이에 보다못한 협력업체들이 이날 정부와 부산시를 상대로 '생존을 위한 수출 지원' 호소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르노코리아자동차 협력업체를 대표하는 '르노코리아자동차협력업체협의회는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반도체 부품 부족, 원부자재 가격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등 많은 이슈를 극복해 왔으나, 최근 2배 이상 높아진 수출 물류비로 인해 어렵게 버텨온 자동차 수출 경쟁력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협의회 측은 "전용 선사가 없는 국내 자동차 완성차 및 부품 협력업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수출 물류 지원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크게는 △수출용 자동차 운반 전용선 확보 △항만이용료 감액 등 물류비 지원책 요청이 핵심이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전용 운반선 용선료(선사 임차료)는 척 당 6500대를 실을 수 있는 카캐리어의 경우 지난 2021년 12월만 해도 하루 3만5000달러였으나 최근엔 11만 달러로 3배 이상 올랐다. 이로 인해 자동차 업체가 내는 운반비는 차량당 80~90만원(유럽향)에서 현재는 200만원이 넘는다. 사실, 운임료도 부담은 둘째치고, 당장 선박을 배정받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다. 현대글로비스를 가지고 있는 현대차그룹과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고운임료에 제 때 유럽으로 실어나르지 못하니, 유럽 딜러들과의 신뢰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XM3와 매우 유사한 모델인 아르카나를 이미 르노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문제들로 인해 당장 12월 국내 생산 물량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르노 본사에서 한국에 배정하는 향후 물량을 계속해서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부산 강서구에 있는 르노삼성 부산공장 모습. 연합뉴스
■수출효자 XM3, 르노그룹 내 4위
국내 완성차 업계 4위인 르노코리아는 1995년 삼성자동차를 모태로, 지난 2000년 프랑스 르노그룹에 인수됐다. 부산공장을 기반으로 부산 경남 지역 수출경제의 15~20%를 차지하며 지역경제와 국내 완성차 시장에 활력을 제공해 왔다. 내수시장에서는 판매 위축으로 현대차·기아와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으나, XM3가 유럽 시장에 본격 수출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수출(전년대비 63.3%증가, 11만7020대)을 중심으로 영업적자 반등에 주력하고 있던 터였다. 유럽 각지에서 호평이 잇따르고 있는 XM3는 프랑스 르노그룹 전체에서 4위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잘 팔리는' XM3에 르노의 유럽공장들이 눈독을 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르노코리아의 1차 협력업체는 약 260곳이다. 2·3차 협력업체까지 더하면 400여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제외한 중소 협력업체의 종업원 수는 약 6만4000명이다. 협력업체 측은 "그나마 버티게 해준 수출 물량이 급감해 최소 생산 물량 확보가 어려울 경우, 경영악화와 함께 일자리도 잃을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라고 거듭 호소했다.

앞서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에 "모든 부처가 수출 담당 부처이자 산업부처라는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달라"며 자동차 전용 수출 선박 확보와 수출 물류비 개선, 항만 시설 이용 비용 개선 등을 지시했다. 신속하고 실질적인 후속 지원 방안 마련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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