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지역 고민 깊어지는 ‘고향사랑기부제’…기금 활용이 관건
올해부터 전국에서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와 관련해 도시 지역 지자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농어촌 지역과 달리 지역 특성을 대표할 답례품 선정도 쉽지 않은 데다 재정의 수도권 집중을 분산해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제도 특성상 서울 지자체들은 적극 추진도 어려운 입장이기 때문이다.
12일 전국의 고향사랑기부금의 답례품을 소개한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를 보면 서울 25개 지자구 가운데 답례품이 등록된 곳은 종로·성동·노원 뿐이다. 그나마 지역사랑상품권 외 물품은 성동구의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 관람권이 유일하다. 서울시도 지역사랑상품권만 준비돼 있다. 구립 미술관에서 제작한 기념품(굿즈), 구립 어린이 영화관 관람권, 유명 식당의 밀키트 등을 답례품으로 검토 중인 곳들도 있으나 ‘지역 특산품’으로 내세울 만한 요소가 많지 않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같은 서울 안에서 지역성으로 차별화할 부분이 거의 없다”며 “제도 시행에 따라 기부금의 규모, 사용처, 답례 품목 등이 비교될 테고 일정 부분 성과도 내야 해 담당 부서에서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답례품 공급업체를 모집 중인 서울시 사정도 비슷하다. 서울 자원을 활용한 서비스, 서울 안에서 생산한 지역 상징 공예품, 시내 생산·공급 농산물 등을 제안이 들어오면 사업 계획, 운영 역량과 함께 지역 연계성을 따져 최종 품목을 선정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설 명절 전까지 답례품 선정을 마치고, 기부금으로 추진할 사업도 연내 구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는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제외한 다른 지자체에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하면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 초과 금액은 16.5%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금액의 30% 내에서 기부를 받은 지자체가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첫 도입으로 조례 제정과 답례품 선정·시스템 구성 등이 우선이라 아직 기부로 마련되는 기금의 사용 계획까지 구체화된 곳은 없다.
2008년 ‘고향납세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공제방식 등 설계가 한국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지역 응원과 재정 균형의 취지는 같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초반 흥행 부진에 따른 과도한 답례품 경쟁이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2011년 대지진을 계기로 응원성 기부금이 증가하며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도쿄도의 경우 2019년 고향납부제도에서 이탈한 상태라 도쿄는 자치구 참여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서울처럼 답례품 차별화가 어려운 도쿄 자치구들은 지역 현안과 연계한 사업(크라우드 펀딩)을 제시해 기부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저소득층 아동 도시락 배달(마치다시)이나 장애아동센터 운영비 지원(세타가야구), 암 환자 전용 상담 창구 개설(고토구) 등의 사업을 하겠다며 고향납세를 받는 식이다. 도쿄와 인접한 가나가와현은 2017년 동물보호센터 건립 사업을 유기동물 인식 개선 등의 정책과 엮어 기부로 예산을 확보했다.
한국도 도시 문제 해결에 참여한다는 기부의 가치를 만드는 것이 향후 제도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해 연구보고서를 통해 “참여자들이 열악한 지방재정을 돕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 고향 거주 이웃들과 연대·협력을 통해 상생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는 것”을 최종 기대효과로 봤다.
또 소득세·주민세(특례분 포함)으로 2000엔을 뺀 거의 모든 기부금을 환급받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기부 규모가 클수록 기부자 부담(30만원 55.7%, 500만원 81.8%)이 커지는 구조라 기부 동기가 약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초기 참여도가 낮다는 지적에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월 말 모든 지자체가 참여하는 워크숍을 열어 기금 사업 우수사례를 공유할 예정”이라며 “3월까지 공감도가 큰 사업을 발굴하고 구체화해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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