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에 진심인 네이버, ‘MZ 놀이터’로 수익 낼 수 있을까?
네이버가 세계를 무대로 중고거래 시장 확대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북미 최대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 인수에 이어 스페인판 당근마켓이라는 ‘왈라팝’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네이버가 중고거래로 대표되는 개인 간 거래(C2C)시장에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아마존과 구글 같은 절대 강자가 없는 데다, 미래 고객인 1020세대의 커뮤니티가 활발한 C2C 플랫폼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왈라팝에 1003억원 규모의 투자 집행을 마쳤다. 네이버는 2021년 1500억원 가량을 들여 10% 지분을 매입한 후 추가 투자를 통해 총 지분 30.5%를 확보했다. 이에 네이버는 기존 최대 주주인 왈라팝 창업자를 넘어 단일 투자자 기준으로 제1대 주주에 등극했다.
왈라팝은 스페인 중고거래 시장에서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이용자 수만 1500만여명에 달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최근 글로벌 C2C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며 북미(포쉬마크)와 유럽(왈라팝·베스티에르콜렉티브), 일본(빈티지시티), 한국(크림) 등을 잇는 중고거래 벨트를 구축하게 됐다.
이달 6일에는 포쉬마크 인수 작업을 마친 후 국외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작년 10월 네이버가 2조3000억원을 들여 인수에 나선 후 고가 인수 논란으로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인수 마감 시한인 오는 4월보다 석 달 앞당겨 절차를 마쳤다.
네이버가 C2C 플랫폼 시장에 속도를 내는 것은 아직 이 부문에 1인자가 없는 데다, 성장세가 둔화하는 e커머스 시장과 달리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중고거래 시장은 2021년 270억 달러(약 34조원)에서 2025년 770억 달러(약 9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 취향별 커뮤니티가 활발한 중고 거래 특성상 네이버의 강점인 포털과 커뮤니티 등의 사업을 유연하게 결합할 수 있고, 다른 e커머스를 쓰는 소비자도 이용자로 포섭할 수 있다.
다만 시장 자체가 초창기인 만큼 흑자를 내는 곳은 아직 없다. 네이버가 적자 기업인 포쉬마크 인수 발표 후 주가가 급락한 이유다. 사업 특성상 가품 거래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셀러 중심의 스마트 스토어 사업을 해온 네이버와 사업 모델이 유사한 포쉬마크 등의 업체들이 시너지를 낸다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당분간 네이버의 마진율 훼손이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광고 사업 등과 연계된 개선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허지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50만 셀러를 보유한 네이버의 쇼핑플랫폼 스마트스토어와 계속 성장할 리셀 시장에서 세계 각지 1위 플랫폼을 보유한 업체들(포쉬마크, 왈라팝 등)이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경우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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