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마을 안 보여’···수십년 된 나무 ‘싹둑’ 자른 전주시

김창효 기자 2023. 1. 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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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 완산구청이 오목대에서 한옥마을을 내려다볼 때 장애물 같다며 수십 년 된 참나무를 자르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전북 전주시가 오목대 숲의 환경을 개선한다며 수십년 된 참나무를 베어내고 외래수종을 심자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전주 완산구청은 최근 오목대 산책로를 확장하면서 관광객 편의와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둘레 130cm, 지름 60cm의 아름드리 상수리나무(참나무과) 수십 그루를 베어냈다.

완산구 관계자는 12일 “오목대 누각에서 한옥마을을 내려다 볼 때 참나무가 전망을 가린다”며 “참나무 자리에는 다른 수목을 심는 중”이라고 말했다.

완산구는 ‘오목대 글로벌 관관환경 개선사업’으로 참나무 등 45그루를 베어내고 참나무가 잘려 나간 경사면에 중국이 원산지인 배롱나무 35그루와 목수국 400주를 심을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8억8000만원이 들어간다.

환경단체는 향토 수종을 베어내고 외래 수종을 심는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오목대(梧木臺)에 정작 오동나무는 없고 외래 수종을 심고 있다”고 비판했다.

12일 전북 전주 ‘오목대 글로벌 관광환경 개선사업’ 공사 관계자들이 수십년 된 나무들이 잘려나간 경사로에 배롱나무를 심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는 “관광객의 편의와 조망 효과를 높인다는 이유로 콘크리트와 인공구조물을 설치하고 나무를 베는 것은 오래된 역사 문화도시 전주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일”라며 “상가 주인들의 민원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재 현상변경 구역에서 대규모 벌목을 진행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며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한승우 전주시의원은 “완산구가 문화재심의위원회 계획과는 다르게 임의대로 나무들을 베어낸 것 같다”라며 “관련 단체들과 협의나 검토 없는 일방 추진은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완산구 관계자는 “지명에 맞게 장기적으로 오동나무 식재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오목대 숲에는 벌목 대상 나무 중 두 그루만 남겨진 상태로 벌목은 잠점 중단됐다.

오목대는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에 위치한 작은 언덕으로 주변에 한옥마을, 경기전 등이 있어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오목대 정상은 고려 우왕 때 이성계가 남원 황산에서 왜구를 물리친 뒤 승전잔치를 베푼 곳이다. 조선왕조 개국 후 이 곳에 정자를 지었으며 오동나무가 많아 오목대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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