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민생보다 사법리스크 부각된 이재명 회견···당 일각 “박근혜 개헌 제안 떠올라”

김윤나영·탁지영·유설희 기자 2023. 1. 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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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 사랑재에서 2023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윤석열 정부를 향해 “말로는 협치를 내세우면서 야당을 파괴하는 이중 플레이로 국민을 속여왔다”고 비판했다. 자신을 수사 중인 검찰을 겨냥해서는 “부당한 권력을 도와주면서 수사권·기소권을 남용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야당 말살 책동을 그만두기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가 취임 후 공식 기자회견을 연 것은 지난해 10월 ‘대장동 특별검사제 도입 법안’ 촉구 회견 후 처음이다.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관련 질문이 집중됐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의혹 사건으로 검찰에 출석한 소회를 묻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의 소환 요구에 당당히 임했다”며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에 조사에 임했지만 검찰의 이러한 요구는 매우 부당하고 옳지 않은 처사”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가급적이면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검찰리스크’라고 말씀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을 수 있냐’는 질문에 “경찰이 적법하게 권한을 행사한다면 당연히 수용하겠지만, 경찰복을 입고 강도 행각을 벌이고 있다면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검찰이 권력의 하수인이 돼서, 부당한 권력을 도와주면서 수사·기소권을 남용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국회 회기 중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자발적으로는 영장실질심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 당론 추진과 본인 사법리스크의 연관성을 두고는 “그 두 사안을 연관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에 관한 검찰의 정치적 공격은 없는 사실을 지어내 억지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 관련된 것은 명백한 증거들이 너무 많이 드러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당이 자신을 수사한 검사 명단을 공개한 것을 두고는 “판사들도 판결문에 이름을 공개하는데, 검사만 왜 자기들의 이름을 공개하면 안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앞서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뜻을 받드는 개헌과 정치개혁이 시급하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공식 제안했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밝혔다. 오는 3월을 목표로 민주당 차원의 개헌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두고는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고), 지역주의를 완화하자는 뜻으로 이해하고, 그런 점에서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중대선거구만이 유일한 방안인지는 회의적”이라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또 “민생경제 위기 돌파를 위한 3대 해법을 제안한다”며 전월세 보증금 이자 지원, 서민 이자감면 프로그램 도입, 지역화폐 예산 증액 등 총 30조원 규모의 긴급 민생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윤 대통령에게 경제라인을 포함한 내각 대폭 쇄신을 촉구하고, 국회·정부·기업·노동계 등이 참여하는 ‘범국가 비상경제회의’ 구성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저는 이미 여러 차례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했다. 그 제안은 지금도 유효하다”며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도 거듭 요청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개헌이나 민생 개선 등을 강조했지만 질의응답에서 검찰 수사와 정부 비판에 집중하면서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대응이 부각된 회견이었다는 당내 평가가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김건희 여사 특검을 당에서 추진하면서 이 대표 본인과 엮는 게 부당하다는 것은 국민에게 자가당착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가려) 민주당이 대안세력으로서 신뢰를 주지 못하기에 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은 이 대표의 개헌 제안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태블릿 PC’ 내용이 보도된 직후 개헌 카드를 꺼냈을 때가 연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지지율이 4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9일~11일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27%로 국민의힘과 격차가 8%포인트로 벌어졌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통령실은 이 대표 제안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수회담 제안과 관련해 “회담은 언제나 열려 있다”면서도 “다만 국회 상황 등 여러 제반 여건들을 고려해서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범국가 비상경제회의 구성에 대해서는 “국회 상황이나 여러 제반 여건들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개헌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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