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닌 인니 낙점한 테슬라, ‘이 광물’ 때문이었다
인니에 세번째 기가팩토리 짓기로
아시아 지역 두 번째 ‘기가팩토리(초대형 생산기지)’ 후보지로 한국까지 염두에 두던 미국의 전기차기업 테슬라가 결국 인도네시아를 세번째 해외공장 부지로 최종 선택했다. 결정적 이유는 전기차용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는 테슬라를 비롯해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완성차 및 배터리 제조사들이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는 니켈의 최대 부국인 인도네시아를 주목하는 현실과 맥락을 같이 한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가 연간 생산 100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인도네시아에 짓는 예비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투자 계약이 체결되면 이 공장은 중국 상하이와 독일 베를린에 이어 테슬라의 세번째 기가팩토리가 된다.
한국으로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다. 경북 포항, 경기 고양 등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은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 등을 내걸며 테슬라 공장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머스크와 화상 면담에서 투자를 요청했다. 이에 머스크는 “한국을 최우선 투자 후보지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고 해 기대감을 높여놓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최대 배터리사 3곳이 모두 있는 데다 자동차 부품 공급망이 갖춰져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핵심 원자재 확보나 인건비 같은 비용 면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월등히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인도네시아를 낙점한 대표적인 이유로는 특히 니켈의 원산지라는 점이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가 인도네시아의 주요 배터리 금속을 활용하려는 목적에서 공장을 세우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5월 테슬라와 50억 달러 규모의 니켈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대표적인 전기차 동력원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를 합성한 리튬코발트산화물(LCO)에 다른 원소를 합성해 만든다. 어느 원소를 합성하느냐에 따라 양극재 종류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NCM(니켈·코발트·망간) 등으로 나뉘는데, 어느 쪽이건 니켈은 꼭 들어가야 하는 필수재다.
테슬라는 스탠다드 트림(보급형)에는 니켈이 들어가지 않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한다. 그보다 주행거리가 긴 롱레인지·퍼포먼스 트림에는 니켈이 필수인 고성능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아이오닉6·EV6 등 주요 모델에 모두 이 배터리를 탑재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이다. 2021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니켈 생산량은 약 100만t으로 세계 1위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리튬보다는 오히려 니켈의 자원 부존량과 매장량이 희소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더 크다”며 “니켈 광산을 지렛대 삼아 제조업을 활성화하는 인도네시아의 전략이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튬 가격은 지난해 11월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이지만, 니켈 가격은 재고 하락 등의 이유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들이 인도네시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컨소시엄을 꾸려 인도네시아와 9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대차와 함께 현지에 연 15만대 이상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셀 합작 공장도 짓고 있다. 중국 배터리업체 CATL도 지난해 4월 현지 국영기업과 손잡고 59억7000만 달러 규모의 니켈 광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저렴한 인건비와 동남아 시장으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인도네시아가 전기차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차도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아이오닉5를 양산하고 있다.
한편 테슬라는 약 7억 달러를 들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을 증설하고,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주에도 기가팩토리 건설을 검토하는 등 대대적인 신·증설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올해 전반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선두 업체인 테슬라가 오히려 공급량을 늘리고 가격은 낮추며 경쟁사들을 상대로 ‘치킨게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기가팩토리까지 성사될 경우 테슬라의 이런 움직임에 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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