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자백했지만...24년전 ‘제주 변호사 피살’ 다시 미궁 왜?
공범, 방송 프로그램서 자백했지만
“공소사실 입증할만한 신빙성 부족”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2일 오전 살인, 협박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약 24년 전 제주도 도로가에서 변호사가 피살된 장기 미제 살인사건이다. 앞서 전직 조폭인 김씨는 지난 1999년 8∼9월 누군가로부터 “골치 아픈 문제가 있어 A 변호사(당시 45세)를 손 좀 봐줘야겠다”는 지시와 현금 3000만원을 받은 뒤, 동갑내기 조직원 손모씨와 함께 A 변호사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손씨와 함께 A 변호사를 미행해 동선과 생활 패턴을 파악했고 구체적인 가해 방식을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흉기로 A 변호사의 가슴과 복부를 세 차례 찔러 숨지게 했고, 범행을 지시·의뢰한 김씨는 A 변호사의 사망 사실을 보고받고 도피 자금을 건넸다.
사건은 이후 두 사람이 검거되지 않으며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가, 2020년 김씨의 방송 프로그램 인터뷰로 수면 위에 떠올랐다. 손씨는 2014년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검찰은 공모자 중 일부만 범행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직접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 책임을 묻는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김씨에게 적용해 살인죄를 물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김씨)의 제보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신빙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피고인 본인 진술’이라는 간접증거만 있는 상태에서 진술의 주요 부분과 맞지 않는 객관적 사정이 드러났다면, 섣불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고인의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신빙성을 갖추었는지에 관해 더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했다”며 “간접증거만으로 살인의 고의와 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유사한 사안에서의 하급심에 지침을 주는 사례”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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