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수자원공사가 댐 방류 제 때 안 해 3년전 홍수 피해 키워”

2020년 8월 9일 충남 금산군 제원면 저곡리에서 한 농민이 용담댐 방류로 물에 잠긴 인삼밭을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현종 기자

감사원이 지난 2020년 8월 집중 호우 당시 댐 관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일기예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민원 등을 이유로 제때 댐 방류를 하지 않아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당시 최장기간의 장마와 집중 호우가 겹치며 섬진강·금강·황강 하류 지역 8447가구가 밭이 물에 잠기는 등 3760억원의 재산 피해를 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2020년 7월 20일 전북 진안군 금강 상류에 있는 용담댐 유역에 장마가 예보돼 사흘 뒤 댐 수위가 홍수기 제한치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자 21일부터 초당 300t씩 댐 방류를 시작했다. 그런데 29~30일 예측치보다 많은 비가 내려, 30일 오후 1시 댐 수위가 홍수기 제한치를 넘겼다.

같은 날 기상청은 ‘장마 종료 후에도 강한 국지성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고, 다음 날인 31일 ‘8월 8~10일 세찬 비가 올 수 있다’고 예보했지만, 수공은 31일부터 오히려 방류량을 초당 46~166t으로 대거 줄였다. 장마가 끝났으니 비가 많이 안 올 것으로 생각한데다, 하류 주민들이 다리 통행이 어렵다고 하고, 래프팅 업체가 영업에 지장이 있다는 민원을 호소한다는 이유였다.

그 결과 8월 3일 오전 10시 댐 수위가 홍수저장 최고치에 근접한 263.09m까지 올라갔고, 5일 방류량을 다시 초당 300t으로 늘렸지만 집중호우가 시작된 7일 전까지 댐 수위를 낮추지 못했다. 결국 8일 오후 1시 하류 지역에서 감당할 수 없는 초당 2919톤의 물을 방류해야 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전북 진안군 용담면 송풍리 일원 등 하류 지역 49개 지구에 홍수 피해가 가중됐다”며 수자원공사 사장에게 홍수기 댐 수위를 낮추지 않아 홍수 피해를 가중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관련자 3명에게 주의를 촉구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환경부는 당시 수해와 관련해 원인 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섬진강 용정지구 등 3곳은 수해 원인을 잘못 파악했고, 14곳은 하천관리청이 역류방지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는데 환경부가 이를 제대로 지도 감독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