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더 내려야 한다"던 정부, 집값 '급락 방어'로 선회?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양도소득세를 완화하고,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용산을 제외한 모든 규제지역 지정을 해제한 데 이어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종전주택 처분기한을 1년 연장(2년→3년)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한달 안팎의 기간 동안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가격 안정에서 급락 방어 쪽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주택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지나치게 빠른 부동산 가격 하락이 발생할 경우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종전주택 처분기한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1년 연장하기로 했다. 금리인상과 주택시장 위축으로 최근 주택 처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곤란에 처한 일시적 2주택자를 돕고,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급매 물량이 늘어나 부동산 시장이 충격을 받는 일을 줄이기 위해서다. 또 정부는 발표일과 시행일 차이에 따른 매물동결을 막기 위해 해당 조치를 오늘(12일) 거래부터 소급 적용한다.
정부가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모든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분양가상한제 지역을 대폭 축소하는 등 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지 불과 9일 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을 바라지 않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 관련 주무부처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에선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만 해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아 상당 기간 하향 안정세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원 장관은 "주택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고 우리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 입장은 확고하다"면서도 "특정가격을 목표로 단기간에 통제하려는 정책은 시장을 왜곡시키고 국민불안을 부추길뿐 가격을 잡는데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가파르게 하락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시가총액은 2848조1235억원으로 2021년 말(2889조9527억원) 대비 51조8292억원 감소했다. 1년 사이 52조원이 증발한 것이다. 또 KB부동산이 지난해 12월25일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해 3.01% 하락했다. 강남 주요 대단지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은 이보다 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 매매가격은 올 1월에 비해 6억원 이상 하락했다.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 매매가격은 지난 6월대비 8억원 넘게 내렸다. 일명 '엘리트'로 불리는 송파구 잠실엘스, 리센츠, 트리지움도 1년새 매매가가 수억원씩 떨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내놓은 정책이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부정했다. 실수요자의 애로사항을 해소한 조치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추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 부진이 장기화되며 종전 주택 매도 의사가 분명함에도 한 차례 연장된 2년 기한 내에도 처분하지 못할 우려가 지속 확산됐다"며 "정부는 1주택 실수요자 중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되신 분들이 과도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조세 특례 적용을 위한 종전 주택 처분 기한을 지역에 관계 없이 3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오늘 발표된 방안은 주택가격 하락 속도 제어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실수요자들이 있는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정상화 조치는 지난해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서 어느 정도 기본틀은 다 나왔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부동산 관련 추가 규제완화 정책을 현재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부동산) 규제는 5년 전 수준으로 돌려놨기 때문에 지금은 규제완화 정책을 더 던져서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한편으론 주택 가격 급락시 방관하지 않게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발표한 대책을 지켜보면서 시장상황을 좀 더 관망하는게 현재 기본 기조"라며 "시장상황에 맞는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가 규제완화 정책을 펼쳐 시장을 부양하지는 않겠지만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경우 보고만 있지도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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