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삼성 나서자 매출 6배·직원 4배 껑충…중소기업의 설날 함박웃음
"명절 물량이 평소보다 5배 이상 늘어서 힘들지만, 기분은 너무 좋습니다. 직원도 더 뽑아 매출을 늘릴 겁니다."
11일 경기도 안성시의 한 건강보조식품 공장. 흰색 위생복과 모자,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분주하게 손을 놀리면서 끊임없이 생산 라인을 오갔다. 설 명절을 10일 앞두고 쉴 틈 없이 몰려드는 주문에 제품 상자가 창고 천장까지 쌓여 있었으나 직원들의 눈빛은 밝았다. 이 공장의 전 직원은 8명에 불과하지만, 스마트공장을 도입해 생산 효율화를 달성하면서 연매출이 6배 이상 뛰고 해외 수출까지 성공시켰다.
이 기업의 자그마한 '성공 신화'에는 삼성전자의 도움이 컸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국내 중소·중견 기업의 동반 성장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혁신 기술과 성공 노하우를 지원하는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운용 중이다. '풀뿌리 기업'의 성장을 도와 일자리 창출과 매출 개선을 돕고, 나아가서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대상 기업도 매출 증가와 고용 확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태경 F&B를 설립한 한철영 대표(65)는 3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과수원에서 키운 배를 이용한 건강보조식품업에 뛰어들었다. 짬을 내 대학에서 식품 공부까지 할 정도로 열심이었지만, 식품 제조 경쟁이 치열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설립 초기에는 직원 2~3명이 매출 1억 8000만원 정도를 기록하는 등 수출은 엄두도 못 내는 작은 기업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설비 투자를 늘리고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분위기가 180도 반전됐다. 한 대표의 제조 노하우에 삼성의 생산관리 체계가 도입되자 순풍에 돛 단 듯 매출이 뛰었다. 주력 제품인 배도라지즙이 기관지에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지난해 매출 12억원을 달성했다. 임직원도 8명으로 늘었으며, 미국·싱가포르·독일 등 해외 수출까지 이뤄냈다.
한 대표는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꼽는다. 태경 F&B가 스마트공장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이후 삼성전자에서는 구축 을 돕는 멘토 3명을 파견, 7주간 상주시키면서 관리 시스템 구축을 도왔다. 한 대표는 "삼성전자의 '월드 넘버원' 기술력을 응용하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다른 업체를 만날 때마다 프로그램에 참여해 함께 성장하자고 적극 권유 중"이라며 밝게 웃었다.
태경 F&B는 올해 매출 20억원 달성을 목표로 운영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직원도 늘려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지원 프로그램이 매출 확대는 물론 고용 창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아직은 고정 고객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지만, 단순한 상생을 넘어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 도움을 주고자 한 삼성전자의 목표가 맞아떨어진 사례다.
오는 4월부터 MES(생산관리시스템)를 도입해 전산화가 빨라지면 실적 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삼성전자는 일시적인 도움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관리를 할 계획이다. 조계홍 삼성전자 프로는 "한 번 선정되면 작업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무한책임'을 지면서 끝까지 사후관리를 한다"라며 "작은 기업은 생산 기록이 미흡한 경우가 많아 이력 관리 체계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스마트공장 구축 외에도 국내 농축수산물이 판매되는 사내 온라인 장터를 운용하고, 3조 4000억원 규모의 상생·물대 펀드를 조성해 원활한 자금 운영을 돕고 있다. 명절 때마다 상여금과 대금 결제로 압박을 받는 중소 협력사들과 상생하기 위해서다. 이번 설 명절을 앞두고서도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등 11개 관계사가 1조 400억원 규모의 물품 대금을 2주 앞당겨 지급하기로 계획했다.
삼성이 '풀뿌리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는 것은 나눔을 제1가치로 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 지난해 10월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첫 행보로 협력회사를 찾기도 한 이 회장은 사장단 회의와 코로나19 긴급 지원에서도 수차례 상생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취임 당시 밝힌 '소회와 각오'에서도 "삼성은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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