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은 아군? 안철수의 ‘나경원 딜레마’

박성의 기자 2023. 1. 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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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羅 출마해야” 주장…與일각 “결선투표-단일화 노리는 것”
‘나안연대’ 가능성은 미지수…“安 당내 경쟁력부터 높여야” 주장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연일 '나경원 출마론'을 띄우는 모습이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경선이 흥행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나 전 의원 출마에 제동을 건 당내 친윤석열계와는 상반된 입장이다. 여권 일각엔 안 의원이 나 전 의원 출마를 통해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 대세론에 균열을 낸 뒤,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보려한다는 시각도 있다. 과연 '나경원의 출마'는 '안철수의 당권 도전'에 득이 될 수 있을까.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연합뉴스

나경원 띄우는 속내는 결선투표?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는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다. 나 전 의원이 '차기 여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다. 특히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당원 투표 100%'로 전당대회 룰이 개정된 것을 고려하면 나 전 의원의 돌풍을 저평가할 수 없는 셈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나 전 의원에 대한 비토기류가 상당하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도 나 전 의원에 있지 않다이 관측이 제기됐다. 앞서 대통령실이 '저출산 대책'을 두고 나 전 의원을 공개 저격하면서다.

이런 가운데 당권 도전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이 나 전 의원의 우군을 자처하고 나섰다. 나 전 의원이 출마해야 전당대회 후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후 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가 발생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경쟁자가 많을수록 전당대회는 흥행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 당 대표여야 차기 총선을 지휘할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안 의원의 판단이다.

안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충북도민회중앙회 신년교례회 행사 참석 후 시사저널과 만나 "(나 전 의원이) 꼭 출마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개인적으로 이해타산만 놓고 보면 경쟁자가 적은 게 좋다"면서도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여러 명 나타나면,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들도 전당대회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결선투표'를 염두에 두고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바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50% 득표자가 없으면 1위와 2위가 다시 승부를 겨루는 방식이다. 50%를 넘지 못한 비윤 후보와 친윤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되면, 각 그룹이 자연스레 단일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에 김기현 의원의 과반 투표를 나 전 의원을 통해 저지한 뒤, 나 전 의원과 단일화를 시도하는 시나리오를 안 의원이 그리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안철수 의원으로선 어차피 1위를 못할 바에 김기현 의원의 50% 득표율을 저지하는 게 차선책일 것"이라며 "현재로선 나경원 전 의원 빼고는 김 의원의 표를 추가적으로 뺏어올 후보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安 바람과 달리 羅, '친윤'과 연대 가능성도

그러나 안 의원이 그리는 '그림'이 완성될 지는 미지수다. 우선 나 전 의원이 출마를 결심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나 전 의원의 한 측근은 "나 전 의원은 본인이 마치 '비윤 후보'로 분류되는 현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 출마했다가는 자칫 (나 전 의원) 본인이 비판했던 유승민 전 의원처럼 '내부총질'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출마한다고 해도 안 의원과 연대할 지 확언할 수 없다. 나 전 의원과 안 의원이 '당 대표 수도권 출마론' 등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그 밖에 정치적 교집합은 없는 상태다. 되레 여권 내에선 나 전 의원이 친윤계 의원들과 더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 나온다. 지난 10일에는 친윤계 이철규 의원이 나 전 의원과 비공식 면담하는 장면이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결국 안 의원의 '당내 경쟁력'이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심 100%'로 전당대회 룰이 개정된 후 국민의당 출신인 안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크게 줄었고, 이에 안 의원이 '적(敵)의 적'인 나 전 의원의 등판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진단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지난 대선 단일화 당시만 해도 안철수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연대보증인'이었다. 그러나 이제와서는 그 카드가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윤심'이 안 의원에게 있지 않으니 '윤핵관'들이 안 의원을 밀지 않는 것이다. 아마 친윤계에서는 안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모두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고사시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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