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생존자 "장관·총리의 말이 2차 가해였다" 절규
이태원 참사 생존자가 12일 국회에 출석해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다"며 "참사의 유일한 원인은 군중밀집 관리의 실패였다"고 절규했다. 유가족들은 참사 전후 미숙했던 정부의 대처를 구체적으로 꼬집으며 명확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용산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국회 본청에서 2차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는 이태원참사의 생존자와 유가족, 지역상인이 진술인으로 출석했다.
이어 " 주변에 키 큰 성인 남자들로만 둘러싸여서 시야 확보도 전혀 되지 않았던 상황이기 때문에 무슨 상황이 펼쳐지는지 알 수 없었다"며 "그때 와이키키 술집에서 1층 문을 열어주시며 그 공간으로 들어가 대피한 덕분에 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오후 10시40분쯤 혼자서 목이 터져라 외치는 경찰관이 '앞에 사람이 깔려 죽었어요, 제발 통제에 협조해 주세요' 외치는 것을 봤고, 곧 1초에 네다섯 명씩 들것으로 실려 나오는 사람들을 보게 됐다"며 "참사 당시 왜 (상인들이) 음악을 끄지 않았나라는 댓글에 대답한다. 가게를 버려두고 모두 거리에 나가 돕고 있었기 때문에 음악을 끌 사람이 없었고 12시가 넘어서야 잠깐 들어오셔서 음악을 껐다"고 말했다.
익명의 생존자인 A씨는 참사 직후 상황을 진술했다. A씨는 "인파에 휩싸여 순간 정신을 잃었고 그 순간 제 여자친구를 놓쳤다. 그러다 갑자기 정신을 차렸고 여자친구를 찾으니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며 "모든 사람이 10도 정도 앞으로 기울어져 있었으며 심폐소생술을 하고 싶었지만 인파로 인해 도저히 공간이 나오지 않았고 인공호흡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압박이 지속된 상태에서 15분 후 소방대원이 약 4분 먼저 도착했고, 그로부터 15분 후 후발대원이 도착했으며 뒤쪽 T자 골목에서 구조활동이 시작됐다"며 "뒤쪽 사람들도 모두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자발적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구조인원도 부족하고 사람들을 눕히는 공간도 협소하여 구조활동은 매우 더뎠다. 초기 대원은 어떤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왜 소수인원만 출동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여자친구에게 CPR을 수행하던 소방대원은 다른 부상자를 보러 가야 한다고 저에게 직접 CPR을 수행하라 지시하고 떠났다"며 "소방대원에게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병원으로 이동시켜 달라고 애원했지만 소방대원은 병원으로 못 가고 빈 상가 안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여자친구를 상가 안으로 이동시켰다. 상가 안에서도 심폐소생술을 계속 시행했지만 경찰과 소방대원은 상가 밖으로 나가야 한다며 내쫓았다"고 회상했다.
유가족 조경선씨는 "저는 정보공개청구를 11월28일에 신청해 2주가 넘어간 12월15일 돼서야 어렵게 오빠의 구급일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태원에서 이동한 구급일지가 아닌 순천향병원에서 성남병원으로 이동할 때의 구급일지였고 기재돼 있는 게 없었다"며 "충격적인 건 신고시간이 23시27분으로 적혀있었는데 출동시간은 23시37분으로 신고를 받은지 10분이 지나서야 출동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빠가 어떤 사고를 당한 건지, 어떤 응급조치를 받은 건지 이제는 영원히 알 수 없게 될까 두렵다"고 울먹였다.
유가족 최선미씨는 "유가족들은 참사가 왜 일어났으며 어떤 구급 조치를 받았으며 왜 신원 확인이 12시간이나 걸렸고 시신 수습 과정이 어땠는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며 "모든 대처에 미흡한 정부가 가장 빠르게 움직인 것은 특수본 설치"라고 비판했다.
유가족 서이현씨는 "유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모든 책임자의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참사 후 행안부 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져내렸다. '예전에 비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라고 했다"며 "저는 이 말을 놀러 갔다가 죽은 사람들이다 라고 받아들였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몇 주 전 고등학생 생존자가 스스로 세상에 작별을 고했을 때 저는 스스로 잡고 있던 끈을 놓칠 뻔했다"며 "그때 국무총리가 했던 발언이 생각난다.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라고 했다.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치료와 상담을 이렇게 열심히 받는 저는 매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한다. 참사와 같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개인적인 극복도 중요하지만 진상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다"며 "참사의 유일한 원인은 군중밀집 관리의 실패였다"고 강조했다.
생존자 A씨는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희생자인 여자친구의 가족분들 덕분"이라며 "희생자를 잃었다는 슬픔에 대해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해 버텨낼 수 있었다. 그만큼 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A씨는 "그래서 유가족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러한 모임을 만들어주지 않았다"며 "이것 또한 2차 가해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발 저희의 요청에 응답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딴사람 생각해?" 아옳이 말에 서주원 '당황'…이혼 전 영상 재조명 - 머니투데이
- 김혜자 "故남편 보내면서 몸부림치며 '관 밟지 말라'고…" 눈물 - 머니투데이
- 박수홍 가짜뉴스 소송 2차 공판…김용호 측 "메일 읽었을 뿐" - 머니투데이
- 연기로 노희경에 혼난 김혜자 "이게 미쳤나 싶었는데…" - 머니투데이
- 눈물 흘리는 오은영…'영재반→은둔 생활' 중2 금쪽이의 충격 사연 - 머니투데이
- '직원 성폭행 시도' 김가네 회장, '수억원 합의금' 회삿돈으로 처리? - 머니투데이
- 수능에 '尹 퇴진' 집회 사이트가 왜 나와…논란된 문제들 봤더니 - 머니투데이
- "너 땜시 살어야" 김도영 쿠바전 만루포…한국, 2회 6-0 리드 - 머니투데이
- 하노이에 한국처럼 집 지었더니 "완판"…이번엔 '베트남의 송도' 만든다 - 머니투데이
- 인증샷 투명곰에 최현욱 나체가…빛삭했지만 사진 확산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