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장관 “규제 풀어도 집값 안 오를 것”이라는데... [팩트체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규제를 푼다고 주택 가격이 오르리라 기대도 안 하고, 그렇게 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시장 기대보다 (규제 완화를) 앞당기고 강도를 높인 게 맞지만, 과거같이 빚 내 집을 사라거나 가격을 부양하려는 것과는 의도도 다르고 결과도 다르다”고 언급했다.
“규제를 푼다고 주택 가격이 오르리라 기대도 안 하고, 그렇게 보지도 않는다”는 원 장관의 이 발언이 사실인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연구용역 등을 토대로 따져봤다.
연구진이 기준금리, 대출태도지수, 세대수 변동, 준공, 경기종합지수 등이 주택매매변동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의 기여도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월 기준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25%로 2021년 7월 0.5%에서 2.75%p나 높아졌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4.5%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만 기준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선회하기 어운 상황이다. 고금리로 인해 규제 완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원희룡 장관의 발언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2022년 11월 발간된 ‘주택연구’ 학술지에 실린 ‘아파트 분양권 전매 특성이 아파트 매매가격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는 분양권 전매 규제가 아파트 매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정부가 1월 3일 내놓은 부동산 연착륙 방안 대책에서는 전매 제한을 최대 10년에서 최대 3년으로 줄이는 규제 완화 방안이 담긴 만큼 원희룡 장관의 발언과 관련한 팩트 체크 자료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진은 2016년 1월~2021년 12월까지 KB부동산 통계 데이터를 통해 분양권 전매규제 강화와 분양가 상한제, 투기과열지구 등이 매매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분양권 전매 강화는 수도권과 부울경 지역의 아파트 매매 가격에 음(-)의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분양가 상한제는 규제로 인한 낮은 분양가격으로 건설사의 주택 공급을 감소시켜 장기적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분양권 전매 기간이 지나치게 길면 분양권 거래량이 줄어들고, 이는 아파트 공급의 부족을 의미해 매매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의 분양권 전매 규제 완화 자체는 주택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와 전매 기간 단축을 통한 분양건 거래 활성화는 주택 가격 하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원희룡 장관의 발언은 전매 제한 완화와 관련해서는 일부 타당한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 역시 고금리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 완화가 당장 집값 상승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도 덩달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수요자 입장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고, 거시경제도 올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반기에는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센터장도 “정부가 규제 지역을 해제하면 수요자들의 대출 여력이 발생하지만 금리가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가격이 반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 논문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규제를 푼다고 주택 가격이 오르리라 기대도 안 하고, 그렇게 보지도 않는다”고 밝힌 것은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이 반전할 경우 규제 완화가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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