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거두고 집도 안 보여줘”... 규제 완화 이후 분위기 바뀐 송파 아파트

백윤미 기자 2023. 1. 1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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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책 후 분위기 변화 감지
헬리오시티·올림픽훼미리 등 매물 호가↑
올 들어, 강남 4구 중 낙폭 가장 적어

저가 매물이 쏟아져 ‘갈아타기 수요’가 몰렸던 서울 송파구 일대 대단지 아파트에서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저가 매물은 소진됐고, 집주인들이 매물 가격을 올리거나 집을 보여주지 않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규제 완화에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 추가 변동성에 대비한 집주인들이 서둘러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 전경. /오종찬 기자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지난달 전용면적 84㎡ 15억원대 매물이 나와 문의가 쏟아졌지만, 현재는 거둔 상태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이 평형 호가는 최저 16억3000만원부터 형성돼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가 발표된 지난 3일 이후 호가를 올린 매물도 적게는 3000만원부터 많게는 1억5000만원까지 나와 있다.

가락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규제 완화 발표 이후 가격을 올려달라는 요청을 하거나, 집을 보여주기 어렵다며 말을 바꾼 집주인들이 여럿 있었다”면서 “당장 집값이 오르는 것을 기대하진 않지만, 규제 완화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일단 기다려보겠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파크리오 역시 전용면적 84㎡ 16억원대로 나온 매물은 들어가고, 최저 가격이 17억부터 22억까지 나와 있다. 문정동 올림픽훼미리타운2단지아파트도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19일 13억4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현재는 가격이 14억3000만원부터 형성돼있다.

문정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3억원대 실거래 이후 문의가 빗발치는데 현재 같은 가격대 매물은 없다”면서 “재건축 이슈도 맞물려 있는 데다 규제 완화 이후 세금 때문에 팔려고 내놨던 집주인들이 매물을 많이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시장 전체 분위기가 하락세인 만큼 달라는대로 다 줄 순 없으니 협의를 해 볼 여지는 있다. 사실 13억대 실거래도 당초 14억5000만원에 나왔던 매물인데 협의를 해서 거래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잠실동 상황도 비슷하다. 잠실엘스와 리센츠 전용면적 84㎡도 지난 3일 이후 최대 1억2000만원까지 호가를 올린 매물이 등장했다.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0일 21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직전 거래가인 7일 거래된 20억4000만원보다 9000만원 올랐다.

잠실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거래가 됐거나 문의가 오는 건은 20억원이 넘는 매물이 대다수”라면서 “매물 가격을 내려서 내놓던 집주인들도 굳이 떨어진 가격에 처분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 호가를 올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송파구는 지난해 12월 셋째 주까지만 해도 아파트값이 0.75% 떨어져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 중 낙폭이 가장 큰 자치구였다. 그러다 12월 넷째주(-0.49%)부터 하락폭을 줄였고, 올해 1월 첫째주 송파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0.37%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강동(-0.50%), 강남(-0.41%), 서초(-0.38%) 중에서 하락폭이 가장 적었다.

다만 여전히 규제 지역이라는 게 걸림돌이다. 또 잠실동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직접 거주 또는 운영 목적이 아니면 매수할 수 없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2020년 6월 23일 첫 지정 이후 1년씩 연장됐다. 오는 6월 22일이면 3회차 지정 기한이 만료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송파구를 비롯한 강남 일대는 강북에 비해 실거주 수요가 탄탄해 규제 해제 적용 지역이 아님에도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잠실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서울시가 검토하고 있다는 기대감도 매물을 거두고 관망하자는 분위기에 한몫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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