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계정 차단” 넷플릭스, 우회 접속 칼 뺐다
“비정상적 방법 사용 약관 위반에 해당”
가입자 수 증가·수익성 회복 위한 결단
계정 공유 수수료 부과 위한 밑작업 분석도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지난해 말 중고나라에서 4만원에 구입한 넷플릭스 1년 공유 계정 접속이 차단돼 진땀을 흘렸다. 한 달도 쓰지 않은 공유 계정은 튀르키예(터키) 계정으로, 우회 접속 차단에 걸렸기 때문이다. 판매자에게 항의한 최씨는 다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받았지만, 새로 받은 계정도 같은 튀르키예 계정으로 “언제든지 차단될 수 있다”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그는 “다행히 먹튀(먹고 튀기)를 당하진 않았지만 저렴하게 사용하는 만큼 언제라도 돈을 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며 “넷플릭스의 우회 접속 단속이 다시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12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최근 거주 지역 외 타국 계정을 활용해 넷플릭스 서비스를 우회 이용하는 해외 계정에 대한 차단을 시작했다. 한국 이용자가 튀르키예 등 해외 계정으로 국내에서 이용할 경우 접속을 차단하는 등 계정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일부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그동안 VPN(가상사설망) 등으로 거주 지역을 해외로 설정해 타국의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했다. 월 1만7000원(4인 기준 프리미엄 요금)인 한국 넷플릭스와 달리 튀르키예 계정을 이용할 경우 30% 수준인 6000~7000원에 같은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요금제가 국가마다 차이를 보이는 건 국가별 물가와 수익 구조, 시장 전략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 불안으로 리라화(TRY)가 폭락한 튀르키예의 경우 지난해 초 4인 기준 프리미엄 요금이 45리라(약 29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일부 이용자들은 IP 주소를 튀르키예 등으로 옮겨 현지 통화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해외 계정을 사용하고 있다. 최씨가 월 3300원에 중고나라에서 넷플릭스 공유 계정을 구입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튀르키예 계정이라 가능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해외 계정 우회 접속을 약관을 통해 허락하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때부터 ‘라이선스를 허용한 지역 내에서만 넷플릭스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 가능한 콘텐츠는 지역에 따라 다르며 수시로 변경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이는 위반 사례를 적발할 경우 계정을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넷플릭스코리아 관계자는 “VPN 등을 활용한 비정상적인 방법의 사용은 약관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라며 “추후 서비스 이용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했다. 넷플릭스는 이런 약관에도 그동안은 계정 차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4월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후 최근 단속을 다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OTT업계는 넷플릭스가 정체된 가입자 수 증가와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우회 접속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는 주주 서한에서 “가입자가 늘어나는 성장기에는 계정 비밀번호 공유를 묵인했지만, 가입자가 감소하는 등 상황이 변했다”라며 우회 접속 차단 의지를 드러냈다.
넷플릭스의 우회 접속 차단이 앞으로 진행할 계정 공유 수수료 부과를 위한 밑 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넷플릭스는 동거 가족 외 이용자와 계정을 공유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는 계정 공유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올해 추진한다. 지난해 3월부터 넷플릭스는 칠레 등 남미 일부 국가에서 계정 공유 요금제를 시행했고, 올해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거센 이용자 반발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넷플릭스가 해외 계정 우회 접속에 나설 경우 6개월~1년 단위로 장기 선결제를 진행한 이용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이용자 이탈은 빨라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진행한 OTT 서비스 관련 설문조사에서 가입자의 42.5%가 계정 공유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OTT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
- 4만전자 코 앞인데... “지금이라도 트럼프 리스크 있는 종목 피하라”
- 국산 배터리 심은 벤츠 전기차, 아파트 주차장서 불에 타
- [단독] 신세계, 95年 역사 본점 손본다... 식당가 대대적 리뉴얼
-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
- 계열사가 “불매 운동하자”… 성과급에 분열된 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