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코인과 달라” 가상화폐와 거리 두는 NFT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의 원본 증명서 역할을 하는 NFT(대체불가능 토큰)는 가상화폐의 적자(嫡子)이자 불가분의 관계로 여겨진다. 그런데 테라·루나 사태,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등 잇단 악재로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자 NFT 업계가 가상화폐와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NFT 시장 점유율이 35%가 넘는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시(OpenSea)의 데빈 핀처 CEO(최고경영자)는 지난달 29일 파이낸셜타임스에 “NFT가 반드시 지금처럼 암호화폐로만 표시되고 거래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NFT가 미국 달러로 표시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달러로도 NFT를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현재 오픈시에선 NFT를 거래할 때 가상화폐 이더리움이 공식 통화로 쓰인다.
이미 일부 거래소는 NFT 거래에 가상화폐가 아닌 달러화를 사용하고 있다. 북미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작년 1월 마스터카드와 제휴하고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로도 NFT를 살 수 있게 만들었다. 암호화폐 투자자 윙클보스 형제가 소유한 NFT 거래소 니프티 게이트웨이 역시 지난 2020년 3월부터 달러 기반 결제 수단으로 NFT를 살 수 있게 했다.
NFT 업계가 가상화폐와 결별을 꾀하는 것은 가상화폐 시장의 한파가 NFT 시장까지 얼어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픈시의 월간 NFT 거래량은 작년 1월만 해도 49억달러에 달했는데, 지난 11월에는 2억5300만달러 수준으로 폭삭 주저앉았다. NFT가 가상화폐로 거래되다 보니 가치와 거래량 역시 동반 하락한 것이다. 결국 오픈시는 지난해 7월 직원 20%를 감원했다.
이 때문에 요즘 NFT 업계는 “투기성만 강한 가상화폐와 달리 NFT는 다양한 쓰임새를 가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디지털 수집품을 넘어 트위터 등에 접목된 고유 프로필 사진(PFP)이나 디지털 신분증, 차세대 플랫폼으로 꼽히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속 아바타와 부동산, 현실 세계의 새 멤버십 서비스나 투표권 등 다양한 활용처를 가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8일 미국 스타벅스가 출시한 NFT 형태의 마일리지 포인트 제도 ‘스타벅스 오디세이’가 한 예다. NFT 마켓플레이스 업체 딥스의 벤 플로미온 CMO(최고마케팅책임자)는 “소비자들이 실생활과 디지털 세계에서 NFT의 유용성을 더 많이 인식하면서 전반적인 정서가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NFT 업계의 탈(脫)코인 움직임은 가상화폐가 결제수단으로서 얼마나 많은 한계를 지녔는지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가상화폐로 NFT를 구매하려면 전자지갑을 만들고 가상화폐를 구매한 다음 이 지갑과 거래소를 연동시켜 비싼 블록체인 네트워크 이용 수수료까지 지불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느린 처리 속도와 번거로운 절차는 NFT 시장 진입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소로 지적됐다. 마스터카드가 지난해 6월 40국 3만50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절반가량이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도 NFT를 구매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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