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김현주·류경수 울린 故강수연 마지막 모습 "어른 아닌 동료"(종합)[Oh!쎈 현장]
[OSEN=하수정 기자] 고(故) 강수연의 유작 '정이'가 공개를 앞둔 가운데, 후배 김현주, 류경수 등이 그를 회상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작품이다.
김현주는 극 중 연합군 소속 전설적인 용병 정이부터 A.I. 전투용병으로 다시 태어난 정이까지 다양한 모습을 표현했다. 인간일 때와 A.I.일 때의 미묘한 차이를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 다층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변신을 선보였다.
강수연은 극 중 크로노이드 연구소에서 개발에 몰두해 있는 팀장 윤서현으로 분해 열연했고, 류경수는 영화에서 전투용병 연구소장 상훈을 연기했고, '지옥'에 이어 다시 한번 연상호 감독과 재회했다.
오픈을 앞두고 '정이'가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 강수연의 유작이기 때문. 한국 영화계 대들보였던 강수연은 지난해 5월 5일 오후 자택에서 뇌출혈로 인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찾지 못했다. 가족들은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강수연의 곁을 지켰고, 영화인들을 비롯해 전 국민이 쾌유를 기원했지만, 사흘 만인 7일 향년 5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정이' 후반 작업 중 사망해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후배들이 누구보다 큰 슬픔에 잠겼다. 연상호 감독은 '정이'의 시작과 완성이 '강수연'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이' 시나리오를 처음 쓰고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솔직히 '정이' 대본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적지 않은 예산, 장르도 그렇고, '정이'는 윤서현이라는 인물이 사적인 이야기라고 느꼈다. 영화 업계에서는 '이걸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영화화되는 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날 윤서현이라는 인물을 누가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갑자기 강수연 선배 이름이 생각나더라. 그 이후로 '정이'라는 걸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느꼈다"며 "'지옥'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그때도 농담 삼아서 현장에서 김현주 배우한테 '강수연 선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강수연 선배한테 제안드리기 전부터 넷플릭스 측에 '강수연 선배를 주연으로 이런 영화를 찍고 싶다'고 구체적으로 얘기했었다. 강수연 선배가 이 영화를 기획하고, 이 자리까지 오게된 원동력이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날 김현주는 "강수연 선배님이 같이 작품을 하신다고 했을 때 '말이 되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인가?'' 싶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지나가면서도 한 번도 뵌 적이 없었다. '이거 내가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겁을 많이 냈다. 내가 그분을 보면서 연기를 할 수 있나? 이건 진짜 말이 안 된다'라고 느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또한 "선배님을 처음 뵙는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너무 반갑게 인사해주고 정도 많으시다. 현장에서는 그냥 동료였다. 선배님, 어른이 아니고 그냥 동료였다. 누구보다 진지하셨고 현장에서 열정적이셨다"며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다. 지금에 와서 영상을 보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장 밖에서도 저희들을 많이 챙겨주셨다. 만약에 선배님이 안 계셨다면 지금 가장 가깝게 지내는 두분이 있는데, 선배님이 안 계셨다면 두 사람을 얻지 못했을 것 같다. 그 부분에서 선배님께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보였다.
김현주가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리자 MC 박경림이 관계자에게 휴지를 부탁해 가져와서 건네주기도 했다.
류경수 역시 "선배님과 내가 만나는 장면이 90%이상이었다. 내가 같이 연기를 하면서 선배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많이 투영됐다. 그래서 팀장님 바라기처럼 됐다. 선배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자리를 빌려서 감독님한테 '정이'를 할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을 캐스팅하게 된 과정을 언급하면서 고인을 추모했다. "강수연 선배님한테 처음에 대본을 드려야 되는데 어떻게 줘야될지 몰라서, '지옥'으로 만난 양익준 감독한테 연락처를 받아서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읽씹'을 하시더라.(웃음) 이거 어떡하나 연락을 드리고 싶은데 아는 사람이 없었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를 통해서 어렵게 연락이 오셨다. 대본을 드리고 싶다고 말씀 드렸고, 그렇게 전화를 끊었더니 겨땀이 너무 많이 나서 반팔 티셔츠가 다 젖었다. 그러고 뵙고 나서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 그때부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며 '정이'의 시작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상호는 "기억에 제일 많이 남는 건 까다로우실까 싶었는데, 촬영하면서 느낀건 현장을 정말 좋아하신다. 배우들과 후배들도 정말 좋아하신다. 선배님이 모임을 많이 주선해주셔서 모임 같이 편한 공간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이 많이 남는다. 정말 학생때 영화 좋아하는 동아리들이 모여서 얘기하는 그럼 느낌이었다. 영화 하면서 그런 기억이 중요하다"며 고인에게 고마워했다.
한편 '정이'는 오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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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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